임꺽정과 독고탁이 골프대결을 벌이면 누가 이길까.
만화 ‘임꺽정’으로 유명한 고우영씨(66)와 ‘독고탁’의 이상무씨(58)는 골프 전문 만화가로 인식될 만큼 골프를 소재로 한 만화를 즐겨 그리고 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싱글핸디캐퍼로 골프실력도 팽팽한 ‘맞수화백’이다.
골프에 부정적이던 고씨는 지난 86년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이 선물해준 아이언 세트와 퍼시몬 우드를 받고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반면 이씨는 고씨의 권유로 88년 골프에 입문했다. ‘골프가 무슨 운동이 될까’ 반신반의하며 대신 고씨에게는 테니스를 가르쳐 주는 조건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고씨가 이씨의 골프 후견인인 셈이다.
예전에는 스승격인 고씨가 이씨에 근소한 우위를 지켰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역전됐다. 지난해 맞붙은 라운드에서 이씨가 고씨를 눌렀다.
두 사람은 연습을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는 연습벌레로도 유명하다. 덕분에 두 사람은 준프로급 골프실력을 자랑한다. 고씨의 베스트스코어는 2오버파 74타. 목표를 “이븐파 한번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고씨는 요즘 건강이 나빠져 예전처럼 매일 연습장을 찾지는 않지만 샷 가다듬기에 소홀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머리속에 떠올리는 이미지훈련을 하는데 실력유지에 꽤 도움이 된다고. 이씨의 베스트 스코어는 4년 전 로얄골프장에서 기록한 4언더파 68타. 골프입문 1년만에 싱글에 진입했을 정도다.
고씨는 지난 10년동안 레저신문에 ‘퍼팅인생’이라는 골프만화를 연재해왔고 이 작품 가운데 일부를 묶어 책으로 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골프룰, 에티켓북 삽화 등 수많은 골프만화를 그려왔다. 이씨는 스포츠 신문에 ‘싱글로 가는길’을 연재한 것을 비롯, ‘불타는 그린(전5권), 운명의 라스트 홀(전6권) 등 많은 골프단행본을 발간했으며 지금도 골프잡지 등에 고정 골프삽화를 그려오고 있다. 특히 92년 발간된 ‘싱글로 가는길(전3권)’은 10년이 넘은 지금도 서점에서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골프만화에 대해 고씨는 “골프라는 단일소재에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기술과 전문 용어 등에서 정교함과 정확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다른 소재의 작업에 비해 몇배 신경을 써야 한다”고 거들었다.
두 사람의 골프실력은 직업과도 무관치 않다. 평소 정교한 작업을 해온 터라 골프에서도 쇼트게임, 퍼팅 등에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고씨는 이씨의 골프에 대해 “장타자이면서도 테크닉이 정교하다. 특히 퍼팅실력은 알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씨는 “고우영 선배는 비록 드라이버 거리는 짧지만 100야드 전에서 치는 쇼트아이언샷은 대단하다. 그린 근처에서 7번 아이언을 잡으면 이미 승부는 끝난 셈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골프를 무엇보다 좋아하는 고씨지만 요즘 에티켓이 좋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골프장에 가기 싫을 때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골프실력도 좋지만 골프본연의 에티켓을 먼저 숙지하고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 golf@fnnews.com 정동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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