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대원 해외입양인연대 사무총장] ‘재회의 감격’ 함께 나눴으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4.11 11:02

수정 2014.11.07 19:20


“아직도 지난 94년 친어머니(김정자씨·충남 홍성 거주)를 상봉했을 때의 감격을 잊지 못하겠어요. 그때는 한국어를 전혀 몰라 마음으로만 모정(母情)을 느꼈을 뿐인데, 그래도 너무 너무 좋았어요.”

지난해 9월 한국으로 돌아와 사단법인 해외입양인연대(365-6585)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최근 사무총장의 자리에 오른 김대원씨(37). 그는 기자를 만나자 마자 10년 전의 친부모 상봉의 기억을 떠올리며 “제 힘이 닿는 한 저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입양인들이 친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각오를 밝힌다.

김대원씨가 형 대일씨와 함께 머나먼 이국땅인 스위스에 입양된 것은 지난 72년. 슬하에 자녀가 없던 웽어(Wenger·72) 부부가 두 사람을 동시에 입양, 건강한 사회인으로 키우며 형제를 위해 9년 동안이나 한국의 친부모를 찾는 따뜻한 정을 베풀었다.

“제게는 부모님이 분명히 두 군데에 존재하지요. 친부모인 어머니께는 1주일에 한번, 스위스에 형과 함께 있는 양부모께는 1개월에 한번씩 꼭 전화를 합니다. 자주 전화를 하고 싶어도 전화요금이 너무 비싸 조금씩 정(情)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쏟아낸다고나 할까요.”

지난 98년 3월에 설립된 해외입양인연대(G.O.A’L)는 지금 현재 세계 각지의 입양인 300여명과 한국인 자원봉사자 3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영문약자 ‘골(G.O.A’L)’이 상징하듯 입양인들의 친부모를 찾아주는 일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


“입양인들이 한국에 찾아오면 처음에는 문화적 이질감으로 마음고생이 심합니다. 한국인과 같은 생김새에 같은 핏줄이지만, 한국과 전혀 다른 문화에서 자랐기 때문에 정체성 혼란을 겪기도 하지요. 해외입양인연대는 모국을 찾은 입양인들이 한국에서 적응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머무를 장소를 제공합니다.”

해외입양인연대는 입양인들이 친부모 찾기를 원할 경우 국내의 대표적인 입양단체인 홀트아동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한국사회봉사회, 대한사회복지회 등을 찾아가 먼저 기본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관할 동사무소와 경찰서에서 친부모가 살고 있는 곳을 수소문한다. 또 홈페이지(www.goal.or.kr)에 접속하면 입양인의 입양 당시 사진과 최근의 모습이 나란히 올라 있어 인적사항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김대원 사무총장에게 올해는 의미 있는 한해가 될 것 같다. 자신이 사회로부터 받은 보살핌을 다른 사람을 위해 자원봉사로 돌려주는데다가 오는 8월 서울에서 개최될 ‘게더링(Gathering)’ 행사를 통해 전세계 입양인 1000명이 한자리에서 만날 꿈에 부풀어 있기 때문이다.

“게더링은 입양인의 최대 축제가 될 것입니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자랐지만 같은 핏줄이라는 하나의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다양한 문화를 나눌 생각입니다.


8월 행사 준비를 위해 서강대에서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는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떠나는 기자에게 꼭 이 말만은 써달라고 당부했다. “더이상 한국이 ‘고아수출국 1위’라는 말이 안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불가피하게 우리 사회에 버려진 생명이 있다면 해외에 입양시키기보다 국내에서 입양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건강한 한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요.”

/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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