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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책돋보기―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사랑과 결혼 그 ‘영원한 모순’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4.22 11:05

수정 2014.11.07 19:03


‘마담 보바리’가 출간된 1857년은 프랑스 문학사에서 ‘현대’가 시작된 시기다. 마담 보바리는 사랑의 현대적 의미를 묻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결혼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상의 지루함에 대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현대적이다. 평범한 일상과 결혼생활의 고루함에 대한 접근을 주인공의 환상과 격정으로 오버랩 시키고 있다. 중세적 전통에서 시작한 시민적 결혼의 이상이 결코 소시민적 이상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소설은 출발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에마 보바리 부인은 무미건조한 시골의사 샤를르 보바리와 순탄한 결혼생활을 영위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녀가 결혼 후 며칠만에 자각하게 되는 것은 결혼의 현실은 결코 자신이 꿈꿔왔던 것과 너무나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는 냉엄한 현실이었다.

소시민적 일상에의 함몰이라는 등식을 낳고 마는 그녀의 결혼 생활의 실상은 그녀가 수도원 시절부터 그려온 이상적인 결혼상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보인다.
보바리부인은 자신이 처한 결혼 생활이란게 도무지 정원의 파티와 정겹고 교양있는 남편과의 근사한 삶이 아니라 별볼일 없는 소도시의 평범한 시골 의사 부인의 처지에 지나지 않는 사실을 깨닳고는 그러한 삶 자체를 지겨워하기 시작한다.

딸의 출산에도 일상의 우울과 지겨움을 벗어나지 못하던 보바리 부인에게 젊은 레옹의 존재는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연이은 블랑제와의 애정행각에서 상처를 입은 보바리부인은 파리로 떠났던 레옹을 오페라구경을 갔다가 다시 재회하게 된다. 레옹과의 계속적인 만남은 보바리 부인을 파멸의 길로 이끈다.

그녀의 일탈은 더 이상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었고, 그녀의 순수한 갈망은 그녀가 탐독하던 낭만적인 삼류소설 속에서만 읽혀질 수 있었다. 자유분방한 애정행각이 수반한 과소비로 인해 경제적 파탄에 이른 에마 보바리가 택한 해결책은 음독자살이었다. ‘소설’과 같은 낭만적인 삶을 동경하고, 일상의 단조로움을 떨쳐버리는 사랑을 항시 찾아헤매던 에마는 죽음으로서 자신의 삶을 교정하고 있는 셈이다.

마담 보바리가 출간될 무렵에는 중세적인 계약 결혼의 풍속이 사라지고 남녀의 사랑에 기반한 결혼 풍속이 이미 자리잡은 시기다.
그러나 이 시기는 일상이 낭만과 명확하게 구분되어지는 시기였다.

낭만적인 결혼관을 키워온 에마 보바리에게 샤를과의 결혼생활은 현실이었고, 그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였던 에마가 저지른 불륜은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도덕적인 시민사회에서 그녀가 서 있을 자리를 빼앗아갔다.


자신을 파멸로 이끌어가는 마담 보바리의 자유로운 삶이 보여주는 것은 결국 현실의 냉엄함에 너무 무능한 현대인의 자기연민의 다른 모습일 것이다.

/김영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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