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DIY,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주장환 유통부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5.10 11:10

수정 2014.11.07 18:36


언젠가 독일 베를린에서 어슬렁거리다 발길 닿는 대로 가본 곳이 모리츠광장 벼룩시장이다. 카를 마르크스 스트라세 벼룩시장과 함께 꽤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이곳에서는 이른바 DIY(Do It Yourself·가구 등을 완제품이 아닌 부품을 사다가 직접 만들어 쓰는 것) 제품에 사람들의 눈길이 많이 가고 있었다.

가구 정도나 만들어 쓸 것이라 생각했으나 마음만 먹으면 자동차까지도 만들어 쓸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물건이 다양했다.

독일에서는 DIY 상품이 대규모의 체인을 이루고 있을 정도다. DIY는 영국인들이 2차대전 때 독일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집과 가재도구를 직접 고치거나 다시 만들어 사용하던 일에서 비롯됐다고 하니 독일은 근검절약정신을 영국에 예기치 않게 수출한 셈이 됐다.


일본 홈시큐리티 전문점 ‘생활안전관’은 방범설비, 장비들을 동네 편의점과 같은 매장 형태로 진열, 누구나 쉽게 찾아가 구경하고 또 필요하면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곳이다.

비싼 제품이라 선뜻 접근하기 어려웠던 주부들이 창문에 부착해 외부의 조그만 충격에도 강력한 경보음을 발생시키는 유리창 경보기 등 보안제품을 사고 있다.

첨단패션쇼핑거리 시부야에는 DIY용품을 파는 ‘도큐핸즈’가 있는데 깔끔하고 작은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들 기호에 맞는 앙증스런 소품들이 많다. 전자제품을 파는 매대 옆으로 드릴, 납땜인두, 드라이버, 전구 소켓, 스피커 등 각종 전기전자 제품 부품과 페인트, 오일, 왁스, 대패, 톱 등이 진열돼 있다.

경기가 안좋다 보니 저렴한 제품을 구매, 자신이 직접 만들고 설치하는 DIY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DIY하면 사람들은 보통 가구 부문에만 국한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전기전자제품이나 자동차,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국내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계도 이런 붐을 타고 여러가지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른바 ‘DIY마케팅’이다. 침구와 커튼, 수납장, 화장수 DIY는 기본이며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녹즙기, 홍삼추출기, 요구르트·청국장 발효기 등도 인기다. 일반제품을 사는 것보다 위생적이고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다 보니 흥도 난다.

‘내디내만(내가 디자인하고 내가 만든)’도 인기다.경기 고양시 일산 옛골에 가면 목공학교가 있는데 이곳에선 책걸상, 응접세트, 수납장 등을 자신이 직접 만들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나사만 죄면 되는 DIY제품보다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얼마 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HOBBY SHOW 2004’에서도 DIY·레저스포츠용품 등이 전시돼 최근 이런 트렌드를 반영했다.

건축설계사 김대영씨가 가구를 직접 만들면서 공동체의 기쁨을 나누자는 의도로 2000년에 개설한 ‘생각을 담은 가구’는 현재 회원 수가 1만5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을 외화 ‘맥가이버’의 주인공 이름을 따 맥가이버족이라 부르는데 인터넷포털 ‘마이엠(www.mym.net)’의 마니아채널인 ‘네오얼리’에는 사이버 맥가이버족들로 북적댄다.

사회학자들은 DIY가 유행하는 이유를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감을 높이고 자아성취가 가능하기 때문이라 한다. 기존 제품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 자신의 손에 맞게 고치고 재구성해 차별화된 제품을 소유하고 자랑하고픈 욕구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국민소득 1만달러를 돌파한 후 25년만에 DIY산업이 300배나 성장했는데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어쨌든 이런 유행은 자원재활용측면 뿐 아니라 성실함과 알뜰정신을 키운다는 점에서도 백번 권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포르노 업계에서도 ‘DIY 포르노’가 유행한다니 요지경이다. ‘내 몸은 내가 찍는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누드 사진, 동영상 등을 올려 재미를 본다는 것이다.
출생지·국적·생년월일부터 첫섹스의 경험과 느낌, 성적 흥분을 가장 크게 느끼는 순간, 오르가슴의 추억 등이 주요 질문내용이다.

한가지 더 웃기는 것은 기기묘묘한 섹스토이를 직접 만드는 ‘DIY 섹스토이’도 인기라는 것이다.
집에서 흔히 나뒹구는 몇가지 재료로 만든다니 세상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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