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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CEO 초대석]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美에 내년 CDMA 장비 수출”

유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5.12 11:11

수정 2014.11.07 18:34


지난 93년 11월, 삼성전자는 국내 휴대폰시장에 ‘SH-700’ 모델을 처음 선보였다. 당시는 모토로라를 필두로 노키아, 에릭슨 등 외국산 휴대폰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현재 삼성은 한해 판매대수 5600만대, 매출액 117억달러로 세계 1위 업체인 노키아를 위협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은 ‘애니콜’의 성과는 눈부시다. 지난해 애니콜 수출액은 84억달러로 국내 전체 수출액의 4.4%, 휴대폰 수출액의 63%를 차지했다.

애니콜은 이제 아시아는 물론 북미, 유럽, 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다.
최근 한 외신은 애니콜을 ‘휴대폰의 벤츠’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2일 서울 태평로 2가 삼성본관에서 애니콜 신화창조의 주역인 삼성전자 이기태 정보통신총괄 사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 구상 등에 대해 들어봤다.

―‘애니콜’이 세계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특정국가에서는 ‘부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는데 비결은 무엇인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펼친 ‘고급 브랜드 이미지’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본다. 각 나라의 시장 특성에 맞게 글로벌 마케팅전략을 펼친 것도 효과를 봤다. 삼성은 브랜드, 품질, 수익 측면에서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제품의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메가픽셀 카메라폰, 캠코더폰, 동화상폰, 게임폰 등 고부가 단말기 비중을 계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삼성의 휴대폰 국산화율은 어느 정도인가.

▲대략 70∼80% 수준이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뮤직폰 V410이 72%, 수출용 유럽형이동통신(GSM) 벤츠폰이 81% 등이다.

휴대폰의 부품 수는 200여종으로 액정표시장치(LCD), 메모리, 배터리, 모뎀칩, 카메라모듈 등 5대 핵심부품이 재료비의 약 60∼7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모뎀칩을 제외한 모든 부품의 국산화를 완료한 상태다. 하지만 글로벌기업이 100% 부품을 국산화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맹목적인 국산화는 환리스크 등 문제점이 많다.

경쟁력이 없으면 삼성이 만든 부품이라도 쓰지 않는 게 개인적인 원칙이자 철칙이다. 세계 1위 업체인 노키아도 자국부품 사용은 15∼20% 정도에 불과하다. 모토로라도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중국 부품을 70% 정도 활용하고 있다. 국산화했을 때는 어떤 장점이 있는지 철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 CDMA 장비시장이 외국기업에 보수적이어서 진출이 쉽지 않은데 최근 변화된 상황은 없는가. 장비수출은 언제쯤 가능한가.

▲미국 시장에 어느 정도 텃세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시장에서 삼성이 차곡차곡 쌓아온 기술력과 신뢰로 2개 사업자와 장비공급을 추진중이다.

미국은 EV―DO, EV―DV로 들어갈 예정이다. 수출시기는 내년 하반기쯤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는 지난해 EV―DO를 수출한 바 있고 푸에르토리코에도 CDMA―1x 장비가 들어가 있다.

―중국 휴대폰업체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위협적인 상대가 되지 않겠는가.

▲중국 업체들이 이동통신 장비개발에 대한 열정이나 제품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우리 이상으로 잘하고 있다.

중국도 수출시장인 만큼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국 회사들과 어울려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삼성의 기술력과 중국의 통신기술이 합쳐져 중국시장에 잘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플랜을 짜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실제 삼성은 중국에 통신연구소를 설립했고 최근 중국 국가 인사부에서 인증하는 박사후(博士後) 과정을 통신연구소내에 설립하는 등 중국과의 협력에 힘을 쏟고 있다.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2.3㎓ 휴대인터넷 등 차세대 단말기 출시계획은.

▲W-CDMA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 늦어지는 이유는 다른 나라들과 다른 방향으로 가기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 활성화되기 위한 방안은 CDMA에 GSM을 넣는 정도다. 바로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월드폰’이다. 그런데 W-CDMA에 CDMA를 넣으려고 하니까 어려워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제품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게 만들어야 한다. CDMA가 잘되는데 W-CDMA 넣어서 비싼 단말기 만들면 잘 되겠느냐는 우려가 많은 게 현실이다. W-CDMA는 지난해 12월 국내 서비스가 시작돼 인프라와 단말기 모두 준비돼 있다. 올 하반기에는 더 경쟁력 있는 단말기를 출시해 시장을 주도해 갈 계획이다.

위성DMB는 자체 기술력으로 1·4분기에 칩셋 개발을 완료했고 서비스개시 시점인 오는 7월에 맞춰 단말기를 내놓을 방침이다. 휴대인터넷은 국내 및 국제표준화 작업이 진행중인 만큼 일정에 맞춰 준비해 가고 있다.

―평소 “미래는 PC가 아닌 휴대폰이 주도할 것”이라는 지론을 펴왔는데 이유가 있는지.

▲과거에는 PC가 허브였으나 현재와 미래는 휴대폰이 모든 기기의 허브로 진화할 것이다. 휴대폰으로 음성, 데이터, 영상, 영화도 즐길 수 있으며 모든 데이터가 휴대폰 속으로 담기는 ‘내 손안에 큰 세상’이 이뤄져 가고 있다.

휴대폰의 장점은 TV에 비해 작고 가볍다는 점이다. 휴대폰을 통해 손만 뻗으면 1m 이내의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가 올 것이다. 카메라, 캠코더, 신용카드, 지도, TV, 건강관리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휴대폰에 융합될 것으로 본다. 말 그대로 휴대폰 없이는 일상생활이 안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정부가 최근 2.7인치 이상 개인휴대단말기(PDA)폰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허용했는데 사업에 어떤 영향이 있나.

▲PDA폰사업 활성화의 걸림돌은 PDA폰 크기다. 그래서 삼성은 2.3인치 미츠(MITs)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곧 출시할 예정이다. 정부가 2.7인치 이상 제품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키로 한 것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화면 사이즈를 규제한 정부의 정책은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삼성은 보조금 지원 여부를 떠나 기존 제품 판매확대는 물론 소형화된 PDA폰을 통해 세계적 트렌드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앞으로의 전략과 비전은.

▲위상재고에 주력할 계획이다. ‘World First, World Best’ 전략을 중심으로 카메라폰, 캠코더폰, 뮤직폰 등 기술선도형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한편 얇고, 가볍고, 쓰기 편한 디자인을 통해 고급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킬 방침이다. 또 브랜드력 강화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특히 올림픽 스폰서십 등 대규모 글로벌이벤트와 세계적인 톱브랜드와의 공동 마케팅을 추진해 최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실을 다지고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도 삼성전자가 한국의 희망이 될 수 있는 일들을 이끌어내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산·학·연을 통한 기술개발에도 힘쓸 계획이다.

/대담=김병호 부국장·IT전문기자
/정리= ucool@fnnews.com 유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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