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주5일 시대 돌입] ‘삶의 질’ 개선 기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6.30 11:26

수정 2014.11.07 17:31


주5일 근무제가 7월1일부터 시행되면 일상생활과산업계,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많은 기업이 이미 연월차를 이용한 토요휴무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주당 40시간근무가 법제화됨에 따라 ‘반공일’로 불려온 토요일이 온전한 휴일로 탈바꿈하면서본격적인 2박3일 주말시대가 열리게 된다.

웰빙 열풍 속에서 가족 단위의 레저와 여행 등 여가활동이 더욱 활성화돼 삶의질은 높아지고 기업은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성제고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달라지는 직장풍속도 = 근무일수가 주 5일로 축소됨에 따라 직장인들은 주중에 집중도를 높여 일한 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문구처럼 가족과 한층여유롭고 넉넉한 주말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줄어든 근무시간을 생산성 향상으로 벌충하기 위해 빡빡해지는 근무 분위기, ‘무리한’ 여가활용으로 인한 월요병, 주5일 근무 혜택을 누리지 못한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 등 부작용도 적지않다.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 등에서는 이미 특정 시간대를 정해놓고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한눈 팔지 않고 근무강도를 극대화하는 ‘집중근무시간제’를 시행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오전 9시30분-11시30분과 오후 1시30분-3시30분, 현대중공업은오전 9시30분∼11시를 집중근무시간으로 정해놓고 이 시간대엔 자리를 뜨지 않고 근무강도를 최대한 높이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집중근시간에는 전화받는 사람을 별도로 지정해 업무관련 외에는 외부 전화를 바꿔주지 않기로 했다.

이틀간의 휴일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술자리, 단합대회 등 각종 행사가 금요일저녁에서 목요일이나 수요일로 앞당겨지는 현상이 확산될 전망이다.

삼성의 경우 매주 금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회식이나 추가 근무없이 일과가끝나면 직원들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재충전하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도록 배려하고 있다.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 기업들은 주5일제가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동시에 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비용상승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임금보전 부분.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기존 임금과 시간당 통상임금의 저하가 없도록 포괄적으로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시간 감소에 따른 임금단가 상승과 초과근로 발생에 의한인건비 부담은 피할 수 없다는 것.

전경련이 지난해 기업인 12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주5일제를 정부안대로 시행하면 인건비는 9% 정도 늘어날 전망이지만 기업의 인건비 상승 수용가능수준은 6.2%로 나타났다.

중소, 영세기업이나 인건비 비중이 큰 화섬, 조립기계, 식품부문 업체는 인건비 증가에 따른 비용 압박을 피하기 위해 중국 등으로의 이전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간 근로조건 격차가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있다.

이런 맥락에서 살펴보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이직사례가줄을 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중소기업들이 회사 안팎의 요구에 따라 2011년까지 연차적으로 실시하도록 돼 있는 40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당겨야 하는 부담을가질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더라도 건설업계 등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또는 사업 특성상 주 40시간 이상 작업을 해야 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

주5일제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점 외에도 생선성 향상을 위한조직 및 업무혁신, 효율적인 인적관리시스템 정착 등 ‘질 위주’의 경영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새로운 선진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휴일증가에 따른 비용증가를 상쇄하기위해 노사가 생산선 향상을 도모하는 분위기도 정착될 전망이다.

◆뜨는 업종, 지는 업종 = 내수침체라는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산업계에는 주5일제로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관광.레저, 항공, 레저용 자동차업계, 컴퓨터 게임사업 등은 ‘대박’을 꿈꾸고있는 반면 건설이나 전통 제조업 등 노동집약적 산업은 늘어날 인건비 걱정에 근심이 늘었다.

호텔업계는 주말을 이용한 패키지 여행상품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유명 여행지에 체인을 갖고 있는 호텔을 중심으로 여행사들과 제휴해 2박3일이나 3박4일짜리 여행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여행사들도 사이판이나 괌,태국 등지로 동남아 단기여행을 떠나는 가족단위 여행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며, 항공업계도 주말노선을 중심으로시간표를 조정해 다양한 여행상품을 마련하고 있다.

외식업체들도 함박웃음을 지고 있다.

TGI프라이데이, 베니건스, 마르쉐, 아웃백스테이크 등 대표적 외식업체들은 주말 특정시간 또는 특정상품 이용객들에게 할인혜택을 주는 상품을 개발하는 등 특수에 대비하고 있다.

대규모 관광시설 건설도 붐을 이룰 것으로 보이는데 SK가 골프장과 스키장 사업에 뛰어들었고 삼성에버랜드는 에버랜드 부지를 추가 개발중이며, 한화리조트와 한솔 개발 등도 골프장과 눈썰매장, 스키장 등이 어우러진 종합리조트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레저용차량(RV) 판매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RV 차량 개발 및 마케팅을 강화해온 현대.기아차, 대우차, 쌍용차 등은 주5일제가 도입될경우 RV 마케팅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DVD게임 등 컴퓨터 게임산업이 성장하고 레저·관광·스포츠.공연 등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복합엔터테인먼트센터가 붐을 이룰 것으로 보이며 가계지출 확대와 이에 따른 여성 취업증가로 가사노동을 대체하는 탁아소,청소대행,반찬판매, 물품임대등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노동집약적 제조업과 공사기간이 ‘돈’과 직결되는 건설업종은 타격이 적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체들은 주5일제가 시행되면 자체 근무조를 편성, 교대로 휴일근무를 하게하고 특별수당 등으로 금전적 보상을 해줘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4조3교대를 하는 포스코, INI스틸, 현대하이스코를 제외하고는 생산현장이 3조3교대를 실시중이어서 상당한 인건비 상승압박을 우려하고 있고 석유화학·화섬업계도 365일 공장설비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외 근무 등에 따른 인건비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여력이 없고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의 상황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부기업 준비미비 도입차질 = 상당수 기업이 준비를 끝냈지만 자동차와 조선업계를 중심으로 적잖은 기업들이 아직까지도 주5일제 시행을 위한 노사 합의안을마련하지 못해 곳곳에서 차질이 우려된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이미 작년 9월부터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고 다른 자동차업체들도 개정법 발효에 맞춰 내달 1일부터 주5일제를 도입할 예정이나 구체적인 시행방식에 대해서는 노사가 합의를 보지 못해 계속 진통을 겪고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 임금협상에서 정부안대로 월차 폐지와 연차 축소 등을 담아 주5일 근무제를 운영하자며 기존 주5일제안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는 노동조건 저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GM대우와 쌍용차도 회사는 개정법에 따른 주5일제 도입을, 노조는 기득권 저하없는 주5일제 시행을 각각 주장하고 있어 나란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조선업계도 주5일제 시행방식을 두고 노사간 격돌이 예상되며, 특히 토요수당문제 및 휴일 축소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개정법 발효에 앞서 노사합의로 지난 4월 1일부터 주5일제 시행에들어갔으나 구체적인 시행방식에 대해서는 임단협에서 결정키로 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임단협 합의 내용을 6월 임금분부터 소급 적용할 계획으로, 회사쪽은 법개정에 따른 연월차 축소를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측은 후퇴없는 주5일제 시행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주5일제 도입으로 휴일이 되는 토요일 특근수당과 관련, 회사쪽은 임단협에서 기존 150%에서 125%로 낮출 것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우조선도 노조는 근로조건 후퇴없는 주5일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는‘경영부담만 가중하고 고용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연월차·유급휴일 조정 등 법개정에 근거한 합리적인 조정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회사쪽은 연월차 축소와 함께 신정과 추석, 설 연휴 마지막날 1일 추가 휴가 및 회사창립 기념일, 노조창립 기념일 등 법정 공휴일이 아닌 단협상 휴가로 규정된 일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휴가를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개정법 취지에 맞춰 토요일 무급화, 월차휴가 폐지, 연차휴가 15∼25일로 조정, 생리휴가 무급화 등 방향으로 노사협상을 끝냈지만 조종사 노조와는 타결을 보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회사쪽이 월차휴가와 생리휴가를 무급화하자고 주장하는 반면노조는 월차 및 생리휴가 지금처럼 모두 유급으로 할 것을 요구해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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