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경기 위축으로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우리나라 건설업계에 ‘일본 건설업체’ 경계령이 내려졌다. 일본 역시 내수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건설업체들이 해외건설시장 진출을 확대하거나 수주역량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건설업체가 한국 건설업체가 수주하려는 공사에 자금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덤핑 수주로 맞설 경우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건설업체는 내수 건설시장이 침체돼 해외건설시장에서 이를 타개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커지고 있다. 건설경기 위축으로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한국 건설업체들과의 수주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일본 건설산업이 당면한 고민과 시사점’이라는 논문에서 “일본은 침체된 내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으로 1996∼2001년 약 66조엔(약 700조원)의 공적 자금을 사회간접자본(SOC)시설에 투자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건설업체들의 경영 상태를 개선시켰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또 “정부의 SOC 시설 투자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제네콘(전체 60만개의 건설업체 중 50대 대형건설업체)이지만 이 기간 동안 제네콘들이 내수 시장에 전념하면서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급속하게 잃어버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진단했다.
또한 “현재 일본 건설산업은 내수 시장 침체에 대응하는 대체 시장을 해외 시장에서 찾으려고 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들은 내수 시장 축소와 함께 수익률 저하로 인해 안팎으로 경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이같은 시장 침체와 수익률 저하는 해외시장에서 우리나라 건설업체들과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건설업체들도 최근 들어 해외진출이 늘고 있다. 중견건설업체까지 중국 등 해외 주택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올 들어 국내건설수주액은 감소 추세인 반면 해외건설 수주액은 크게 늘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이봉남연구위원은 “확대 일로에 있는 우리 건설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은 일본이라는 암초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일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내 건설업체들의 공동 대응 노력은 물론 민관 합동, 자금력과의 결합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의 김승준 해외담당 상무는 “일본기업은 아시아개발은행 등 금융권과 결합한 파이낸싱기법에서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으며 특히 플랜트 부문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업체들간의 상호협력, 상품 및 지역 분담제 등도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무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정부의 거중조정이나 대외협력자금 확대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leegs@fnnews.com 이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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