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 코리아-기업하기 좋은 나라]기업 족쇄 풀어줘야 일자리도 생겨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9.01 11:47

수정 2014.11.07 14:31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A사. 최근 밀려드는 주문으로 공장 증축과 함께 리모델링을 하려고 시청 등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공장총량제 등 각종 규제에 묶여 당장은 어렵다는 답변만 녹음기처럼 들었다. 협력업체들이 근처에 있는 데다 사람 구하기도 어려워 지방이전은 생각도 못할 일이라 P사장은 고민에 싸여있다.

이렇듯 수도권 입지규제로 인해 공장을 못 늘리게 되자 많은 기업들이 규제도 적고 인건비도 싼 중국이나 베트남 등으로 탈출하고 있다.

선진국에는 없는 이같은 규제가 경쟁국들과의 기술격차를 더 벌리고 국내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또 공장의 해외이전 등을 유발하고 우리 경제가 지난 8년간 국민소득 1만달러를 맴돌게 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에서 5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K사장은 “이제 한국에 돌아가서 사업할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중국에서는 공무원들이 설립에서부터 기업경영 전반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서비스를 해주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오히려 불필요한 규제로 발목을 잡고 있어 경영의지가 꺾였다는 것이다.


◇기업규제항목 수천건 넘어=최근 4년 동안 공정위 등 7개 경제관련부처의 규제건수는 2003년말 현재 3375건에 달했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7개 주요경제부처의 규제건수는 전년도의 3238건보다 137건(4.2%) 늘어난 3375건으로 집계돼 4년째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관련 규제가 매년 늘어나는 이유는 각종 법률의 제정 등으로 새로운 규제가 계속 생겨나는 반면, 기존 규제에 대한 폐지 노력은 미흡했기 때문이다.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법률과 규제가 도입되는데 대응해 기업투자를 저해하고 시장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들이 적기에 폐지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우리 기업들은 기계설비 수입과 낮은 인건비에 의존해 성장하던 개발연대와 달리 이제는 밖으로는 세계일류기업과의 치열한 기술개발경쟁, 안으로는 강력한 노조활동에 직면해 있지만 기업관련정책은 ‘경제력집중억제’와 ‘근로자보호’라는 80년대의 규제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규제풀어 경쟁력 높여줘야=올들어 상장사의 현금보유액은 지난해말보다 5.5%가 증가한 23조2870억원에 달했다.기업들은 장사를 잘해 돈은 넘쳐나지만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각종 규제와 정치불안으로 인해 투자를 못하고 은행에 쌓아놓고만 있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정부와 가계는 돈이 없고 유일하게 기업만이 자금여력이 있다”면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풀고 투자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투자도 하고 일자리도 창출할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기업이 글로벌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투명경영, 글로벌스탠더드에 맞는 수준이 될 수 있도록 그것을 가로막고 있는 제도와 장벽을 과감히 고쳐나가야 한다.


이제는 좀 더 투명하고 공개된 경영을 통해서 기업이 사랑받고 기업인들이 긍지를 가질 수 있는 분위기 마련이 시급하다. 재계는 규제개혁을 위한 정책대안으로 규제일몰제 철저 시행 및 적용대상 확대, 규제영향분석 강화, 규제폐지 공무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규제총량제의 조속한 도입, 규제개혁위원회의 권한 강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박용성 회장은 “정부가 매번 선진국 수준의 규제개혁을 천명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출자총액규제, 수도권 규제 등의 규제성역에 대해 전반적으로 규제영향분석을 실시하고 획기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cha1046@fnnews.com 차석록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