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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경제인식]“내수진작 종합대책 계속 쓸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9.05 11:47

수정 2014.11.07 14:22


노무현 대통령은 5일 MBC의 시사프로그램 ‘2580’에서 우리 경제가 올해 5%대 성장을 이룰 전망이어서 무리한 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다만 서민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경제상황을 인식,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재정·금리·조세 정책 등 종합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특히 성장위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거시지표에만 얽매여 낙관론에 집착하는 관료들의 ‘착시현상’과 다름없는 경제인식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은 특히 재계가 해소해줄 것을 거듭 요구하고 있는 반기업 정서는 “근거가 없다”는 말로 일축했고 투자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출자총액제한에 대해서도 “그것 때문에 투자가 안되는 게 아니다”고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수출증가가 내수증대로 연결되지 않는 데 대한 처방전을 내놓지 않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비능력 확충, 이를 위한 투자활성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채 참여정부의 ‘전매특허’인 ‘장기주의’ 해법을 고수했다.


노대통령은 전체적으로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경제를 안정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값이 현수준을 유지하는 게 좋다면서 궁극적으로 보유세를 올려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실수요자들의 거래마저 봉쇄하는 부동산 보유세 인하 등 세제개편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이 보유세 강화를 거듭 천명, 서민들의 부동산 매각을 통한 소비확대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성장률 좋아 경기부양책 안쓴다=노대통령은 경제가 어렵다는 점에는 공감을 표시했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서민, 중소기업, 비정규직이 특히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성장률이 5.2%에 이를 것이라는 점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어렵다는데 5.1% 성장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상위라고 자평하면서 “경제를 볼 때 신호를 정확하게 읽어야 하고 그래야 무리한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노대통령은 “진단이 정확하지 않으면 체온이 39도도 안됐는데 해열제를 자꾸 놓고 혈압이 140밖에 안되는데 혈압강하제를 놓게 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비유로 부양책을 쓰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노대통령은 2001년 부동산 규제 및 신용카드 규제 완화에 이은 2002년 7.8% 성장을 무리한 부양책 실시에 따른 ‘무리한 성장’으로 비판했다.

노대통령은 대신 “부양책을 쓰더라도 반드시 서민경제, 서민소비, 서민들의 일자리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지금 요구되고 있는 많은 정책들은 그렇지 않은 정책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자면 부동산 세제개혁을 포함해 재계나 학계에서 요구하는 정책들 중 다수가 무리한 부양책이라는 것이다.

◇장기주의로 해결한다=노대통령은 “우리경제의 제일 문제인 것은 성장률의 문제가 아니라 격차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대통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격차, 정보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급여격차가 많다면서 “장기적인 문제로 근본적으로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노대통령은 기술혁신, 인재양성,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시장 질서를 받칠 수 있는 국민의 건전한 사고방식 등 장기적인 성장정책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재양성 및 기술혁신→서민, 청년실업자, 비정규직 인력의 고급화→분배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올바른 성장정책이라는 것이다.

단기 ‘앰플’ 주사를 놓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체질개선을 하겠다는 참여정부의 ‘장기주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인식은 내수진작에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정책만 내놓게 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특소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서민층은 실업률 증가로 소득이 급감한데다 부동산 거래세 강화로 부동산 매각을 통한 소비여력 확대의 길이 막혀 사실상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고 있는 데도 안중에 없는 듯한 태도였다.

◇“출자총액제한 때문에 투자 안하는 게 아니다”=노대통령은 ‘반기업 정서나 이념적인 불확실성이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라는 지적에 역시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였다. 반기업 정서는 “근거가 없고 정책은 일관성이 있다”는 게 답변의 요지다.

아울러 친노정책, 좌파적 정책은 없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열린우리당 주최로 열린 ‘당정경제정책 대토론회’에서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전 회장이나 이수용 경총회장, 김재철 무역협회 회장은 한결같이 반기업정서를 해소해 기업인들이 기업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헛수고였던 셈이다.

노대통령은 나아가 “전경련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가서 격려해주고 기업하기 좋게 해주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출자총액제한에 대해서도 “그것 때문에 투자 안되는 것은 아니다”는 말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듯이 잘라버렸다.

노대통령은 “정부가 필요해서 유지하는 규제도 기업들에는 불편한 것이 있다”면서 “차제에 국민여론이 경제 어렵다고 정부를 몰아붙일 때 정부로 하여금 굴복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대기업의 여론몰이를 간접 비판했다.

◇재계, “대통령 경제 인식 바뀌었지만 여전히 낙관적”=재계에서는 이날 ‘2580’에서 밝힌 노대통령의 경제 인식과 해법이 직무복귀 후 수개월 간의 ‘경기 위기 과장론’에서 일부 탈피했지만 여전히 현실을 도외시한 낙관적 입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표적 근거로 “정부의 반기업 정서 때문에 투자 장애가 발생한다는 일각의 지적은 ‘근거 없는 것’”이라는 노대통령의 반박을 들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매일 반기업 정서를 몸소 겪고 있다”며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기업 강성노조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등 곳곳에서 현실을 감안한 ‘시장친화주의’를 보인 것은 긍정적 변화라고 덧붙였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사진설명

노무현 대통령이 4일 오후 MBC 시사프로그램 '2580'에 출연해 김은혜(왼쪽 두번째), 엄기영 앵커(왼쪽 세번째)와 대담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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