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헬스 레저

[허용선의 세계기행-태국 송크란 축제]새해 첫날 ‘축복기원의 전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9.15 11:48

수정 2014.11.07 14:00


때묻지 않은 태고적 자연과 문화 유적지가 살아 숨쉬는 고도 치앙마이는 태국 제2의 도시이다. 북방 특유의 매력이 흘러 넘치는 해발 335m의 고산도시로 일명 ‘북방의 장미’로 불린다. 원시와 현대의 공존, 덥지 않은 기후, 독특한 문화유산, 유달리 불심이 깊은 주민들, 그리고 미스 유니버스를 2명이나 배출했을 만큼 미인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교외로 나가면 코끼리와 뗏목을 타고 밀림을 누비며 원시적 자연을 경험할 수 있고 고산족들과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얼마 전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방콕을 경유해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방콕에서 치앙마이까지는 비행기로 약 1시간 걸렸다. 처음에는 무척 더울 것을 우려했으나 예상 외로 선선한 날씨여서 지내는데 큰 불편은 없었다.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 지역의 중심도시로 축제와 유서깊은 불교사원. 천혜의 골프코스,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곳이다. 태국은 우리의 국방의무처럼 일정 기간 남자가 승려가 돼야 하는 제도를 둘 정도로 불심이 깊은 나라이다. 치앙마이의 주민 약 20만 명중 97%가 불교신자이고 300개의 절이 있다. 그만큼 불교 색채가 짙어 도시 전체에는 향 냄새가 그윽히 배어있다. 치앙마이에 있는 유서깊은 절로는 왓프라탓 도이수텝 사원이 있는데 해발 1000m의 산중에 자리잡고 있다. 바닥이 대리석으로 꾸며진 경내에는 치앙마이의 상징이기도 한 24m 높이의 금빛 찬란한 체디가 5개의 황금 파라솔로 둘러싸여 있다.

태국은 축제의 나라이다. 일년 연중으로 흥미로운 갖가지 축제가 펼쳐진다. 그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인기가 높은 것은 바로 송크란 축제이다. ‘송크란’이란 단어는 산스크리트어로 새해 첫날을 의미하며, 이 축제 기간 중에는 독특한 풍습인 물뿌리기, 거리 퍼레이드, 방생, 미인선발대회, 폭죽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가 개최된다. 독특한 행사 중 하나인 물뿌리기는 서로에게 물을 뿌려줌으로써 더위를 식힐 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농사철을 맞아 비가 내리기를 염원하는 농민들의 소망도 담겨 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행운을 기원한다는 뜻에서 향료가 담긴 물을 뿌리던 풍습이 전국적인 축제로 발전한 것이다.

태국에서 송크란 축제가 가장 신명나게 벌어지는 도시가 바로 치앙마이다. 가족이나 친구끼리 모여 다정하게 서로 물을 뿌려주기도 하고, 물통이나 바가지를 든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을 뿌리기도 한다. 금년 송크란 축제 때 치앙마이에 가서 보니 이곳저곳에서 뿌려대는 물세례를 볼 수 있었다. 축복의 의미로 물을 뿌리는 것인 만큼 상대방에게 화를 낼 수도 없는 처지여서, 물을 맞더라도 그저 웃으며 지나가야 한다.

물뿌리기와 미인선발대회 외에도 치앙마이에서는 축제일을 맞아 성지 참배, 맑은 물 흘려보내기 같은 행사가 벌어지는 것은 물론, 불교 사원마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태국 국민의 95% 정도가 불교 신자이기 때문에 이 나라의 스님은 어디를 가나 존경의 대상이다. 송크란 축제를 맞이한 태국의 불교 사원은 밀려드는 참배객으로 혼잡하다. 사원내에서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맨발로 입장해야 한다. 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국왕도 예외는 아니다.
무릎이 보이는 짧은 치마나 바지를 입고서는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이곳에서는 빈부의 격차, 신분의 고하가 아예 무시되며 오직 경건한 불심만이 있을 뿐이다.
낭랑하게 흐르는 스님들의 독경 소리가 사원 곳곳에서 메아리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치앙마이 자료문의=태국관광청(02-779-5417, www.tatsel.or.kr)

/ 글·사진 허용선(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hanmail.net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