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실은 오전 내내 텅 비었다가 오후 3시 가까이 돼서야 의원들로 가득찼다.
오전 11시 열릴 예정이던 제6차 전체회의는 22명의 의원들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탓에 오후 2시40분까지 거의 무산되는 듯했다.
이는 카드대란과 관련된 국정감사 증인채택을 둘러싼 여야간 의견차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여야에 ‘신선한 피’인 젊은 의원들이 있었고 이들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토론과 합의과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전에 한번, 오후 2시에 한번 여야 간사와 위원장 등 세명의 ‘비밀회동’을 거쳐서야 의원들은 자리에 하나둘씩 앉기 시작했다.
위원들은 일반인 29명과 참고인 6명은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쉽게 합의했으나 이헌재 부총리, 전윤철 감사원장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표결에 부친 결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이날 비운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시간안에 모든 게 이뤄졌다.
이런 모습은 위원장석 점거, 심야대치 등으로 파행을 거듭하던 과거 국회의 구태를 반복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정무위는 심지어 17대 국회의 ‘문제아’, ‘지진아’로 불리고 있지 않은가.
때문에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이 이날 오전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요즘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인지 대한민국 국회의원인지 모르겠다”며 털어놓은 소감을 되새겨봄직하다.
경제정책, 안보, 과거사 정리 등 모든 분야에서 여야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어 국감에 임하는 초선 의원들은 고달프기 짝이 없을 것이다.그렇더라도 국회 상임위는 상임위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
소위원회, 상임위원회 말고도 법제사법위원회 그리고 본회의를 거쳐 국민의 뜻을 법안에 반영하고 국정감사를 통해 행정부를 감시해야 하는 책무를 지고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국회파행’ 이라는 용어만으로 구태를 덮어버릴 수 없는 게 17대 국회다. 지도부 눈치나 보고 안보이는 곳에서 비밀스럽게 결정을 내리는 관행은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의원들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libero@fnnews.com 김영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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