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선물은 금연을…’
연말연시가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다짐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금연’. 게다가 내년 1월부터 담뱃값이 500원(2000원짜리 기준) 오르기 때문에 흡연가들의 금연 결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애연가들은 담뱃값 인상에 대해 “저소득층의 주머니를 털어 세금을 걷으려는 속셈”이라며 비난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흡연이 ‘백해무익’하다는 사실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담배를 끊으려는 생각을 갖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보다는 실패하는 사람이 더 많다.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담배를 끊을 수 있는 확률은 300:1이라고 말한다. 이는 담배를 끊는 것이 매우 어렵지만 담배에 대한 욕구를 300번 정도만 이겨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주먹을 불끈 쥐고 ‘이번에야 말로 꼭 담배를 끊고 말겠다’는 각오를 한 흡연가들을 위해 잘못된 흡연상식과 올바른 금연법, 금연의 필요성 등을 짚어본다.
◇흡연가들이 알고 있는 잘못된 상식=애연가들은 담배를 끊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로 ‘스트레스 해소’를 꼽는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담배를 피우면 거짓말처럼 속이 차분히 가라앉는다는 것. 하지만 이는 니코틴에 대한 중독 증상일 뿐 실제로는 오히려 속을 버린다.
금단증상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변비’도 마찬가지다. 애연가 대부분이 담배가 대장운동을 활발하게 해주어 변비를 해소한다는 소문을 철썩 같이 믿고 있는데, 의학적으로 흡연과 대장운동과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은 조건반사라고 말한다. 즉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흡연하는 습관이 자기도 모르게 뇌에 인식되어서 담배를 물어야만 변의가 느껴지도록 인체가 적응되어 있다는 것.
‘담배끊으면 살찐다’는 소문도 사실이 아니다. 니코틴은 약하게 지방분해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비만을 초래한다. 아주대병원이 96∼98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30∼50세 남성 1418명을 분석한 결과, 흡연자의 허리둘레는 90.7cm로, 비흡연자(87.7cm)에 비해 평균 3cm 컸다.
이는 흡연이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켜, 복강 내 지방축적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흡연은 살을 빼주는 것이 아니라 올챙이형 배로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
‘나는 입담배 피니까 괜찮아’라는 설도 신빙성이 없다. 입담배라고 할지라도 소량의 담배연기는 인체 내로 흡수되게 된다. 이는 기관지 점막을 마르게 하고, 혈관을 수축시켜 기관지를 손상시킨다. 입담배는 단지 암 발생을 폐에서 구강으로 바꿨을 뿐 발생률에서는 동일하다. 오히려 입안의 산소 농도를 줄임으로서 치주질환의 원인인 혐기성 세균을 증식시켜 입냄새를 심하게 한다.
‘나는 순한 담배 피우니까 괜찮아’라는 생각도 옳지 않다. 순한 담배라고 광고되는 담배들은 한 개비 당 타르나 니코틴 함량이 다른 담배보다 적은 것을 뜻한다. 하지만 담배에는 니코틴과 타르 외에도 수천 가지의 발암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즉, 타르와 니코틴을 줄였다고 해서 다른 발암물질까지 적게 함유된 것은 아니다.
‘특수한 경우에만 잠깐 피니 괜찮아.’ 금연을 결심했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식후에 거를 수 없어서, 음주시 흡연에의 강한 욕구가 있을 때만 몇 개비 피우는 흡연가들의 펼치는 논리다. 이들은 이러한 흡연이 건강상에 해악을 덜 끼칠 거라고 생각하지만 명백한 오산이다.
담배를 줄인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연기를 더 깊게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또 담배는 한 개비만 피워도 니코틴이 혈관 속으로 흡수되면서 혈압이 오르고 혈관이 수축되기 때문에 흡연량을 줄여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
◇금연의 지름길은 ‘철저한 사전준비’=조금씩 줄여가며 담배를 끊는 다는 것은 공염불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어느 날 갑자기 담배를 끊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담배를 끊으려면 그 첫 단계로 담배와 관련한 모든 것을 치워야 한다. 담배, 라이터, 성냥, 재떨이, 파이프와 같은 흡연과 직접 관계되는 물품은 물론 담배와 관련된 추억이나 연상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것은 무엇이건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다.
두 번째로는 담배를 대신할 만한 다른 것을 그 자리에 두는 것. 입이 심심할 때는 물이라도 마시고 이쑤시개나 빨대를 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껌이나 사탕 몇 조각도 좋은 방어용 무기가 될 수 있다.
가장 힘든 단계가 금단증상을 극복하는 것. 보통 금연결심을 한 뒤 3일을 넘기는 것이 가장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금단증상 때문이다. 그러나 금단증상이 처음 3일간 가장 극심하고, 이를 기점으로 서서히 잦아든다는 사실을 제대로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대개 금단증상은 보름을 전후하여 그 장막이 거의 걷히게 된다. 또 한달 정도면 거의 모든 증상이 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때도 흡연 욕구는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금연기간이 길면 길수록 이런 욕구는 단지 순간적인 것에 그친다.
즉 3∼5분만 참아내면 더 이상의 괴로움은 없는 셈. 금연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콜라나 사이다 같은 자극성 음료나 술, 커피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흡연욕구를 자극하는 때문이다.
<도움말:인천힘찬병원 내과 임홍섭 과장, 강남 베스트 클리닉 이승남 원장, 강남서울외과 오소향 원장, 지미안 피부과 김경호 원장)
/ jinnie@fnnews.com 문영진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