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 별내, 고양 삼송, 양주 옥정지구가 판교급 신도시 개발 예정지로 부상한지 3일째다. 정부가 ‘2·17 판교대책’에서 판교급 신도시로 개발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3개 지구 모두 교통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대체 수요층도 대부분 서민들이어서 판교급 신도시 개발을 믿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판교 열풍을 잠재우기 위한 ‘땜질식 처방’에 이곳을 끼워 넣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이들 지역에는 판교 열풍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 인근지역 또한 투기단속반이 투입되면서 시장이 싸늘하게 식었다. 성남시 분당과 용인 등 인근지역 아파트시장도 숨을 죽이며 잠복기에 들어갔다. 수천만원씩 올랐던 호가가 하락국면으로 돌아선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 관망세도 더욱 짙어졌다.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물론이고 급매물의 거래마저 끊겼다. 게다가 앞으로 개발이익환수제 법안까지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재건축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17 판교대책’후의 시장 움직임을 짚어보고 대안으로 거론된 3개 신도시 예정지를 긴급 점검했다.<편집자 주>
40여개의 부동산중개업소가 몰려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동 취락지구 진입로변.
주말인 지난 19일에도 통행인조차 없을 정도로 썰렁했다.일부 중개업소는 며칠동안 문을 닫은 듯 잠겨진 출입문에 광고 전단지가 그대로 끼어 있었다. 간간히 문을 연 중개업소에도 손님은 하나도 없었다.
“청약통장 사들인 사람만 대박이 터진셈이죠.” 판교동 남서울부동산 조영란씨는 판교 청약통장 불법거래 소식으로부터 촉발된 ‘2·17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결과적으로 청약통장 작업자들에게만 유리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판교발 주택시장 과열을 막기위해 판교 2만1000가구를 일괄분양한다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청약통장 거래대상이자 최우선 청약 권리를 갖고 있는 ‘성남시 거주 40세 이상, 10년 이상 무주택자’가 전용면적 25.7평 이하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청약할 경우 경쟁률은 60 대 1로 당초예상치(190 대 1)보다 낮아진다.
판교동 H부동산 관계자는 “지금도 판교주변은 판교IC를 통과하는데만 최소 10분 이상 걸릴 정도로 복잡하다”면서 “용인쪽 대규모 택지지구에서도 계속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통시설에 대한 고려없이 일괄분양을 발표한 것은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판교신도시내 아파트 입주 시기는 2007∼2008년으로 당초 계획보다 1년가량 앞당겨질 전망이다.
그러나 당초 판교 정착기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영덕∼양재간 자동차 전용도로는 착공이 계속 연기돼 2009년은 돼야 개통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 정자∼판교∼강남을 17분 만에 주파할 것이라는 지하철 신분당선도 2011년 이후에나 개통이 가능하다.
그는 “한꺼번에 아파트를 분양하는데다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를 평당 1500만원으로 묶어놨기 때문에 판교 입주시점인 2∼3년뒤에는 부동산 투기광풍이 걷잡을수 없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2·17주택시장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에 대해 채권-분양가 병행입찰제를 도입키로 했다.이는 평당 2000만원이상으로 예상되던 판교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을 1500만원대로 묶겠다는 방침이다.
중대형 아파트는 아파트 당첨 뒤 5년간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 25.7평 이하와는 달리 입주(등기)후 매매가 자유롭다.
판교동 L부동산 관계자는 “판교신도시 영향으로 분당·용인이 수혜를 입는다는 것은 용인지역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건설사 관계자들과 일부 중개업소에서 퍼트린 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교와 인접,‘신판교’라고 건설사들이 선전하는 용인 성복지구나 신봉지구에서 판교까지 오려면 20분가량 소요된다”면서 “성수대교 하나만 건너면 서울 강남구에 도달하는 성동구가 그리 큰 혜택을 입지 못하고 부동산 가격도 강남과 현저히 차이가 나는 것이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판교일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이주자용 택지‘딱지’나 상가‘딱지’ 등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일부 업자는 조합을 구성,판교신도시내에 대형 상가를 분양하려는 목적으로 상가딱지 60개를 사모았다는 소문도 떠돈다.
판교인접 최대 수혜지로 지목돼 아파트가격이 설날 전후로 최고 1억원 가량 급등한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야탑동부동산시장의 경우 2·17대책발표후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이매동 한신부동산 차유극사장은 “일괄분양으로 판교 중대형 아파트의 당첨확율이 높아지면서 판교를 기다려보겠다는 수요자들이 다소 늘었다”면서 “발표이후 분당지역 아파트에 대한 매수문의 전화도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미 이지역 급매물은 다 소진됐고 추가로 아파트를 팔겠다는 사람은 없어 아직까지 ‘매도자 우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판교 영향으로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의 프리미엄이 급등했던 용인시 신봉지구도 호가 공백만 큰 상태다.
신봉동 미소진공인중개사 윤소원 사장은 “대책발표전 급등했던 매도호가가 내려가지 않아 거래가 다시 끊기다시피 한 상태”라면서 “매수자들의 적극성은 2·17대책발표 이후 다소 떨졌지만 매도자들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차례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LG신봉자이 2차 33평형·39평형의 경우 올초 1억원 미만이었던 프리미엄이 대책 발표전 1억2000만대로 올라갔다. 51평형도 1억4000만∼1억5000만원에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 jsham@fnnews.com 함종선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