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술 잘 마시고 술이 센 남자’를 남자다운 남자로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그 반대다.
술로 인해 남성이 신체적으로 여성화되는 ‘남성의 여성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게 되면 술에 있는 에탄올과 술이 분해될 때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가 고환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에탄올과 아세트알데히드가 고환 속 세포를 파괴하고 독성을 일으켜 고환을 위축시키고, 이로 인해 정자수가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남성호르몬 생산이 줄어들면 발기부전이 생길 뿐 아니라 근육이 감소하고 체모도 줄어든다.
다사랑중앙병원 전용준 원장은 “술이 최음제 역할을 해 정력에 도움을 주는 걸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알코올이 일시적으로 사정을 지연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알코올 성분이 고환에 영향을 미쳐 남성성이 점차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에서 남성호르몬 안드로겐과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생성되기 위해서는 수용체가 필요하다. 그런데 술을 마시게 되면 알코올 성분이 수용체의 변형을 일으켜 안드로겐 수용체를 감소시키게 된다. 이로써 안드로겐 생성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에스트로겐 생성이 늘어나 남성의 몸에서 여성호르몬의 양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남성이 과도한 여성호르몬을 갖게 되면 유방이 커지고 손바닥이 빨개진다. 게다가 체지방의 분포 유형도 여성화돼, 여자처럼 엉덩이에 지방이 늘어나면서 여자같은 몸매를 갖게 된다.
또한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간경변이나 간경화 등 알코올성 간질환을 겪게 된다. 대개 이런 알코올성 간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여성화 현상도 함께 겪는다. 간에서 생성되는 알부민이라는 단백질 때문이다. 알부민은 에스트로겐의 운반을 담당한다. 그런데 과음으로 인해 간이 손상되면 알부민 생성도 줄어들게 된다. 이로써 에스트로겐은 자유 상태가 되어 활동량이 많아지고 에스트로겐 수용체와의 결합도 늘어나게 된다. 자연히 증가한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남성의 몸이 여성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음주문제를 지닌 남성 환자들은 술 때문에 여성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전문의를 찾아도 여성화 현상을 인식하고 병원을 찾기보다 내과 진료를 받다가 뒤늦게 병을 알게 되어서다.
전용준 원장은 “만약 부인과의 잠자리가 힘에 부치거나 살이 출렁거리고 근육이 물렁물렁하며 가슴이 여자처럼 봉긋해지면 과한 음주로 인한 여성화 현상을 의심해야 한다”며 “특히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간이 손상되어 여성호르몬이 증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전문의와 상담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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