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골프투어의 묘미가 발마사지에 있다면 일본 골프투어의 백미는 라운드 후 지친 몸을 뜨거운 물에 푹 담그는 ‘온천’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환태평양 지진대의 중심이라는 입지적 특징 때문인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일본은 나라 전체가 온천 천지이면서도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하지만 일본의 온천은 오이타현을 빼게 되면 그야말로 ‘속빈 강정’이 되고 만다. 그 중에서도 전 세계의 온천 마니아들에게 꼭 한번쯤 순례(?)를 하고 싶은 온천의 무릉도원으로 인식되고 있는 ‘온천의 도시’ 벳푸를 중심으로 한 온천지대는 찌든 일상으로부터 일탈을 바라는 순례자들로 연중 인산인해를 이룬다.
원시의 자연을 그대로 흡수하고 있는 변화무쌍한 사계절의 스펙트럼을 배경으로 유황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노라면 일상의 번뇌와 찌든 피로가 일거에 사라지게 하는 그 곳으로 떠나보자.
규슈 북동부에 위치한 오이타현은 온천공이 무려 2848개나 되는 세계 최대의 온천 타운인 벳푸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다. 20세기 초에 세계 최초로 온천(♨)마크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아 이 지역이 온천의 메카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대표적 온천지구로는 벳푸만에 자리잡은 여덟개의 온천지구를 일컫는 벳푸8탕, 지고쿠메라이(지옥순례), 유후인 온천타운 등이다.
◇유후인 온천타운=유후인은 분고 후지산(해발 1584m) 자락에 위치한 분지형 마을이다. 아담하고 조용한 마을로서 가장 높은 건물이 4층을 넘지 않는다. 거리 곳곳에는 100여개의 미술관들이 즐비한데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유후인역에도 미술관이 있을 정도다.
오늘날 이 마을이 세계적인 온천마을로 자리잡기까지는 이 마을 주민들의 노력이 가장 컸다. 독일의 유서 깊은 온천마을을 모방한 일본식 온천마을 조성을 목표로 애초부터 거대 자본의 유입을 거부하고 최소 규모의 개발방식과 주민 자급자족을 통해 30여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치면서 오늘날 일본 최고의 온천 마을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곳의 대표적 온천 여관으로는 무라타산장과 다마노유로서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반면 노텐부로와 정원과 선(禪) 형식의 절제된 장식,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등으로 일본적 색채가 물씬 풍긴다. 온천수가 샘솟는 ‘긴린코(호수)’와 호수가의 혼욕탕인 ‘시탄유’도 명물이다.
◇지고쿠메라이(지옥순례)=섭씨 98도의 온천열탕으로 인해 반숙된 계란을 먹을 수 있는 물빛이 하늘색인 우미지옥, 돌 사이로 뜨거운 수증기를 뿜어내고 있는 야마지옥, 물빛이 피처럼 붉은 지노이케지옥, 잿빛 진흙 열탕에서 물방울이 뽀송뽀송 터지는 오니시보즈지옥 등이 도보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골퍼들의 천국= 오이타현에는 26개의 골프장이 있다. ‘빅5’로 분류된 골프장으로는 오이타 도큐CC(18홀), 서니힐CC(18홀), 오이타 후지미CC(18홀), 오이타 추오우CC(18홀), BFRCC(18홀) 등이다. 그 중 서니힐CC는 코스 레이아웃, 주변 분위기 등이 한국의 골프장과 가장 가까워 국내 골퍼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아웃코스에서는 온천타운인 유후인이 한눈에 들어오며 인코스에서는 멀리 고봉을 배경으로 한 웅대한 절경이 장관이다.
이렇듯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렸기 때문에 전략성이 상당히 요구되는 코스다. BFR는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어 주변 풍광이 빼어난 데다가 코스내에 별장형 콘도가 있어 이동의 불편함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인지 현재 이곳에는 수백명에 달하는 한국인 연회원들로 주말이면 북새통을 이룬다.
최근 들어 오이타현이 국내 골퍼들로부터 일본내에서 가장 각광 받는 골프 투어지로 급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천공항에서 1시간20분밖에 소요되지 않는 지리적 근접성과 앞에서 언급한 온천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위도상 제주도보다 다소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어 겨울에도 기온이 섭씨 14∼16도 사이를 오르내리는 온화한 날씨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KAL)이 일·수·금요일(매 오전 8시30분) 주 3회 오이타 공항으로 취항한다. 그러나 인접한 후쿠오카 공항을 이용하게 되면 육로상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다소 있긴 하지만 매일 출발도 가능하다.
/ golf@fnnews.com 정대균기자
■사진설명
벳푸를 중심으로 한 오이타현에는 26개의 골프장이 있는 데다 주변 후쿠오카 골프장까지 포함시킨다면 명실상부하게 골프천국이다. 서니힐CC 10번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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