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은 ‘해외시장 개척’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0일 현재 외환은행의 해외 점포수는 모두 30개, 연락사무소와 지점 등을 다 합쳐 10여개에 불과한 경쟁은행들의 약 3배에 달하는 해외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이는 은행영업이 되는 곳이라면 오지와 비수교국은 물론이고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터도 마다하지 않는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외환은행은 지난 92년 7월 국내 은행으로는 최초, 세계은행 가운데는 4번째로 중국 베이징에 사무소를 개설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었다.
당시 중국은 미수교국이었던 만큼 치안도 불안하고 중국정부의 협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어서 현지에 사무소를 낸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북한에도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제일 먼저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97년 대북 경수로건설 부지인 함경남도 금호지구(신포)에 금호 출장소를 설립한 것이다. 당시 이 출장소에는 직원 3명이 파견돼 예금, 송금, 환전, 대금결제 등 경수로사업과 관련한 금융서비스를 실시했다.
전쟁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11월 이라크 평화유지를 위해 파병된 자이툰 부대 내 코리아센터에 이라크 아르빌지점을 개점했다. 이라크의 정세가 안정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재건사업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아르빌지점의 역할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게 은행측의 계산이다.
결국 아르빌지점은 자이툰 부대원들의 금융서비스를 지원하면서 전후복구사업이라는 보다 큰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는 셈이다.
외환은행은 베트남전 당시에도 사이공(현 호치민)에 지점을 개설한 경험이 있다. 특히 전쟁이 격화되자 대부분의 은행들이 줄줄이 귀향길에 올랐지만 외환은행만 끝까지 남아 영업을 하는 악착같은 승부근성을 보여줬다.
이같은 노력이 바탕이 돼 지난해 국외부문의 총수익은 1180억원에 달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 외환관리관에서 떨어져 나와 오늘에 이르기까지 경영의 화두는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이었다”며 “앞으로 중국을 비롯해 브릭스, 이머징마켓(떠오르는 시장)등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사진설명
외환은행 이상식 아르빌 지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개점식 후 파견군인들과 지점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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