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中企가 서야 경제가 산다]OEM 탈피 자체상표 승부해야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3.21 12:46

수정 2014.11.07 20:11



‘미국시장 브랜드 인지도 4위. 세계적 명품백화점인 영국 헤롯백화점 1997년 입점….’

대기업 유명제품 얘기 같지만 실은 봉제완구업체 오로라월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오로라’란 이름은 미국 일본 유럽 홍콩 등 주요 봉제캐릭터 시장에서 베스트 브랜드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특히 세계적 캐릭터 업체들이 집결해 있는 미국시장에서 ‘오로라’란 이름은 ‘만만치 않은 매운고추’로 각인돼 있다.

이 회사의 목표는 세계 선물용품시장에서 ‘나이키’와 같은 세계 1등 브랜드가 되는 것. 전문가들은 “캐릭터산업의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왠만한 대기업가치 못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주문자생산방식(OEM)에 의존하지 않고 일찌감치 자체 브랜드에 승부를 건 덕분이다.

잘나가던 국내 중견휴대폰 제조업체들이 브랜드 관리를 소홀히 한 채 OEM수출에 매달리다 하루 아침에 몰락한 것과 퍽 대조적이다.

브랜드의 중요성은 이제 중소기업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지속성장 여부를 결정짓는 생명 그 자체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에 마케팅과 브랜드개발·관리는 여전히 힘에 버거운게 현실이다.

◇환경변화에 막막=최근 중소기업 환경은 급속도로 빡빡해지고 있다. 경영환경 글로벌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안정적 판로역할을 했던 단체수의계약제도도 폐지돼 중기들은 바람이 쌩쌩부는 무한경쟁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한·일간 FTA(자유무역협정)가 연내 체결될 전망이어서 중소기업들은 일본의 부품소재기업들과 중국 저가제품의 협공을 막아내야 할 판이다.

급한 마음에 마케팅 전문인력을 구해보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공조기 사업을 하는 B사 이모 사장은 마케팅 전문인력 확보를 포기한지 이미 오래됐다. 시장 분석능력을 갖춘 마케팅 전문인력을 구하기도 힘들지만 기껏 채용해 놓으면 다른 곳으로 이직 해버리기 때문. 그는 “대기업조차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마당에 중소기업이 전문인력을 키우기는 역부족”이라며 애로를 호소했다.

◇브랜드 지원책 대부분 실패=마케팅 및 브랜드 관리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공동마케팅과 공동브랜드 개발로 모자라는 역량을 채우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82.7%는 공동마케팅이나 제품개발을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 공동마케팅을 하는 업체들도 절반 이상이 공동제품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

공동마케팅 과정에서 참여기업간 분배, 의사결정, 동일품질 유지 어려움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지난 96년부터 중소기업 공동상표제 지원에 따라 도입된 공동상표 중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거나 제대로 운영되는 상표가 일부에 불과한 것도 공동상표 개발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우수 중소기업 제품의 전시 판매를 위한 공동전시장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서울 여의도에 대규모 우수 중소기업전시장을 운영했지만 활용도가 낮아 지난해에 결국 문을 닫았다.

◇국내 중기 마케팅 능력,낙제점=중소기업협동조합이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업체 대비 마케팅 경쟁력 지수(50 미만은 열세)를 조사한 결과, 마케팅조직 및 인력(28.7)이 가장 열세로 나타났다. 또 시장환경 분석능력(33.2), 광고 및 판촉(33.8), 브랜드인지도(36.5), 마케팅 정보 수집능력(38.0) 등 대부분 분야에서 경쟁력이 낮았다.

마케팅 활동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 1, 2위는 각각 ‘전문인력 부족’(18.9%)과 ‘해외유통망 확보 곤란’(14.1%)이었다. 업체 당 확보한 마케팅 전문가는 평균 0.63명, 영업인력은 평균 4.67명으로 나타나 기업 당 관련 전문인력 보유 수준도 낮았다.

◇통합 인프라 확충 시급=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중기 제품 홍보 인프라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단지나 케이블TV 방송을 통한 브랜드 홍보는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있다. 대신 제품 홍보와 구매를 쌍방향,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B2B거래 및 전자결제시스템은 편리한 제품 구매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디지털미디어방송(DMB)도 새로운 중기 소비재 홍보수단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지상파DMB 방송의 경우 이동 중 단말기 TV를 보면서 실시간 쇼핑이 가능하며 지역별 중기 특화제품 홍보에도 적합하다.


그러나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자금 및 경영자 인식부족으로 기존의 영업방식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도 중기 판로 확대를 위한 통합적이고 획기적인 인프라 구축 지원책을 여전히 못 내놓고 있다.


중기협 조합판로활성화팀 권기만 팀장은 “조합 내부의 마케팅이나 브랜드 활성에 대한 자체적인 인식 제고가 가장 절실하다”면서 “정부 차원의 중기판로 지원을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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