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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할인점은 웃고,건설·자동차판매는 울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3.22 12:46

수정 2014.11.07 20:08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군불’을 때고 있지만 경기회복 ‘온기’는 극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수출은 선전하는 양상이지만 유가급등과 환율하락이 지속되고 미국이 23일 예정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금리인상을 통해 긴축에 나설 경우 수출 호조세도 장담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내수부문에서도 극심한 ‘양극화’가 진행 중이어서 온도차가 심하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늘고 백화점과 할인점 등 유통업체 매출이 호조세지만 자동차 판매는 예상밖으로 저조하다.

또 2월 중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얼어붙은 고용사정과 중기대출 연체율 증가는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출 발목잡는 환율급락?미 금리인상=수출은 올들어서도 꾸준한 상승세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8일 정례브리핑에서 “3월1일부터 16일까지 수출은 전년도 동기 대비 8.8% 증가한 101억달러를 기록했으며 3월 전체로는 두자릿수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경부 이건혁 거시경제팀장도 21일 “3월 현재 성장률이 10%를 웃돌고 있다”면서 “주변 여건도 낙관적이어서 수출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경제가 호조세인 데다 중국경제도 지난해 4·4분기 이후 2분기 연속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정보기술(IT)도 지난해 여름 이후 줄곧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출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우선 올들어 4차례나 세자릿수로 떨어졌던 환율이 본격 하락국면으로 들어서면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2월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수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경부는 이날 2월 중 원유 도입단가가 배럴당 평균 40.4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국이 23일 예정된 FRB에서 당초 예정대로 연방금리 인상과 긴축에 나설 경우 대미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내수는 극심한 ‘양극화’=내수 양극화도 극명하다. 재경부에 따르면 신용카드 사용액(3월1∼15일)은 전월에 비해 13.9% 증가했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1월과 2월에도 각각 14.8%, 8.5% 상승했다. 유통업체 매출은 호전되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3.1∼13)은 각각 8%, 11% 수준까지 늘었다. 휘발유 판매량도 지난 13일 현재 4.8%가량 증가했다. 기계투자와 운송장비투자로 나뉘는 설비투자도 올들어 개선기미가 확연하다. 특히 운송장비 투자의 경우 트럭과 버스 매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건설투자는 하반기에나 개선될 만큼 회복이 더디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재정조기집행과 종합투자계획이 제대로 실행될 때 하반기 회복도 가능하다며 다소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가인상도 내수회복에는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건혁 팀장은 “유가가 오르면 실질소득이 하락해 민간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기업의 비용(코스트)을 높여 채산성을 악화시켜 투자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며 유가급등에 대해 경계했다.

자동차 판매는 아직도 한겨울이다. 3월들어 지난 20일까지 16영업일 동안 2772대가 팔려 하루평균 173.25대가 거래됐다. 이는 2월 중 1일 평균 판매대수인 181대보다 오히려 8대가량이 줄었다.

◇비우호적 변수들, 경기회복 걸림돌=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또 실업률은 4년 만에 처음으로 4%대까지 치솟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중 은행권 중소기업 연체율은 2.8%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말 2.1%로 낮아졌던 은행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올들어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 역시 지난해 12월 말 2.5%에서 1월 3.1%, 2월 3.4%로 2개월째 가파르게 상승했다.


고용사정도 아직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은 왔지만 아직은 봄이 아니다)’이다. 2월 실업률은 2001년 3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4%대에 들어섰다.
움츠린 건설경기에다 농한기에 따른 농촌 일거리감소, 졸업시즌 구직활동 증가 등을 감안하더라도 고용시장은 여전히 다른 경기지표들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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