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주택건설업체가 같은 지역에서 한꺼번에 아파트를 분양하는 제도인 동시분양제가 폐지된다. 임대주택을 활성화하기 위해 집을 지어 임대하는 건설임대 아파트의 범위는 45평 이하로 확대된다. 정부는 최근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총 28건의 주택·건설규제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선안은 건설업계가 건의한 사항을 상당 부분 정부가 수용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이번 조치를 통해 주택건설업체들은 자율적으로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게 되고 국민들의 주택 관련 편익도 증진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28건의 주택·건설관련 규제 완화 가운데 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동시분양제 폐지다. 분양 정보를 한꺼번에 제공하고 비용을 절감한다는 취지로 지난 92년 도입된 이 제도는 과열된 청약 경쟁률을 낮추려는 의도가 강했다. 그러나 2002년 9월 서울시 전체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뒤 청약 경쟁률이 소수점 이하로 떨어지면서 동시분양제가 청약 활성화를 막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동시분양제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 청약 과열을 식히는 효과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주택 분양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막아 주택건설업체들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작용이 많았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청약을 하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여러 곳에 청약을 하지 못해 선택권을 제약받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동시분양제를 폐지한 것은 옳다. 건설업체의 경쟁을 유도하고 소비자에겐 선택권을 돌려주는 제도가 시장친화적 정책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분양제 폐지로 인기 지역 아파트에 청약자가 몰릴 경우 청약 경쟁이 다시 과열될 수 있는 우려도 적지 않다. 동시분양에 따른 청약분산 효과가 사라져 ‘묻지마 청약’이 재발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동시분양제 폐지가 아파트 투기를 부추기는 단초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건설업체들은 동시분양제 폐지로 얻게 될 금융비용 절감 효과를 분양가를 낮추는 데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업체별 분양 정보를 알지 못해 청약 대기자들이 청약 기회를 놓치는 일도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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