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잃고 이름까지 빼앗긴 60년 전의 한(恨)을 이 졸업장에 담아 위로합니다.” 충북도내 3번째로 오래된 충북 옥천 청산초등학교(교장 임찬옥)가 개교 100주년을 맞아 60여년전 일제치하에서 창씨개명된 원로동문 105명(남자 86명·여자 19명)에게 본명이 실린 졸업장을 줬다.
3일 이 학교 시청각실에서 열린 100주년 기념식에는 동문과 가족, 주민 300여명이 참석해 칠순을 넘긴 원로졸업생(26∼30회)들의 영광스런 명예졸업식을 축하했다.
이날 감격의 졸업장을 받은 장용호씨(76·26회 졸업생)는 “‘나가노 요코’라는 낯선 일본 이름의 졸업장을 받은 지 64년 만에 내 이름을 당당히 되찾아 가슴 벅차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개교 100주년을 맞아 일제에 의해 왜곡된 모교 역사를 바로잡자는 동문회(회장 안철호·65·청산화학㈜ 회장) 제의로 이뤄졌으며 전국에 흩어진 동문들이 창씨개명된 600여명의 선배 가운데 생존자를 수소문해 105명에게 감격스런 졸업장을 받는 자리를 마련했다.
동문회는 또 5000만원을 들여 체육관 옆 동산에 100주년 기념탑을 세우고 종전 도서관으로 쓰던 건물(약 40평)을 새로 고쳐 학교와 지역의 역사자료를 전시하는 향토사료관으로 단장했다.
안동문회장은 “개교 100년을 맞아 대선배들의 빼앗긴 이름을 되찾아줘 가슴 뿌듯하다”며 “일제에 의해 비뚤어진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학적부에 실린 창씨개명된 이름도 이미 한글로 뜯어고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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