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특허 분쟁을 일으켰던 일본 업체가 당초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화해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한국산 PDP 모듈의 수입금지가처분신청을 냈던 일본 업체가 ‘상호특허사용계약(크로스 라이선스)’ 형태로 물러선 것은 이번 특허 분쟁이 처음부터 설득력이 적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앞서 가는 한국’의 발목 잡기 역시 기대했던 효과를 올리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번 특허 분쟁이 매듭지어졌다 해서 모든 것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전자 부문에서 최대 성장 품목으로 꼽히는 PDP 분야에서 한 걸음 앞서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관련 원천기술에서는 뒤져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PDP 등에서 지금까지 세계 전자시장을 주도해 온 일본을 추월했거나 대등한 수준에 이를 정도로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원천기술을 상품화하는 이른바 ‘응용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 상대국, 특히 일본 업계가 원천기술의 특허권을 앞세워 제동을 거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봐야 한다. 이를 극복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대학교 디스플레이연구센터가 PDP 관련의 ‘고효율 기술’ ‘고속 어드레스 기술’ ‘신 구동 기술’ 등 신 기술을 개발, 국내외에 5개의 특허를 출원한 것은 극히 고무적이다. 상용화까지는 아직 1년여의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현재 PDP가 가지고 있는 여러 단점을 대폭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특히 이 가운데는 일본 업계가 상용화에 실패한 것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학교가 개발한 신기술이 상용화되면 일본과의 입장이 역전될 수도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일단 확보한 우위를 계속 지켜나가기 위한 길은 새로운 기술로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 뿐이다. 특히 기술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첨단 분야에서의 성패는 바로 기술력에 따라 좌우된다. 일본과의 특허 분쟁을 극복한 것을 계기로 관련 업계와 학계는 기술 개발에 배전의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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