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보수 민원과 관련 소송이 급증하면서 건설업체들의 비용부담도 최근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이런 비용증가분 중 대부분이 하도급 업체에 떠 넘겨지거나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택품질 저하나 분양가 상승 등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지난해 4월 대법원이 주택의 모든 하자에 대한 시공사의 책임기간을 일괄적으로 10년으로 해석한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 판결 전에는 주택의 하자보수에 대한 처리에 관한 소송은 ‘주택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의 적용을 받았다. 때문에 지난해 4월 이전에는 주택의 하자에 대해 주택 부품별로 규정을 달리 적용받아 그 책임기간이 1∼10년까지 차등 적용됐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대법원은 부산 금곡동 주공아파트 하자보수건의 판결에서 이러한 차등 기준없이 주택의 모든 하자에 대해 10년간 의무적으로 지도록 규정된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을 적용했다. 이 법률은 지난 54년에 제정된 것이다.
법원 판결이후 하자보수 민원에 대한 법적 분쟁이 크게 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건설사들의 비용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실제 한 대형건설업체의 사례를 보면 주택 하자보수 민원은 지난 2002년에 6만1434건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 2003년에는 16만3416건, 지난해는 19만3654건으로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따라 하자보수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건설사의 하자보수비 지출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01년과 2002년 63∼65억원에서 지난 2003년에는 95억6500만원, 지난해에는 115억7500만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이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2638억원)의 4.4%에 달하는 액수다.
문제는 이런 건설사의 비용부담이 결국 소비자들의 피해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업체도 사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면서 “비용부담이 그만큼 증가하면 그 비용을 어떻게든 회수해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기업의 생리”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가 비용을 회수하는데에는 크게 두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첫째가 하도급 업체에게 그 비용의 일정부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분양가 인상을 통해 비용을 회수하는 방법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박사는 “업체의 부담이 커지면 그 영향이 분양가 상승과 하도급 업체들에게 미치고 결국 그 비용은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택 하자보수 소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마감재는 대형 건설사가 직접 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하도급업체가 하청을 받는 현실을 고려해보면 주택 품질의 저하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이렇게 현실과 괴리가 있는 법 적용으로 인해 무조건 소송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하자보수 책임기간을 10년으로 적용함으로써 벽지 교체 등과 같은 입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도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송을 부추기는 전문 브로커도 등장했다.
실제로 중견건설사인 H사는 하자보수에 관한 소송으로 지난해에만 300억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인터넷 카페에 인테리어 시공업체나 전문 브로커들이 하자보수와 관련해 각종 소송을 부추기는 광고를 올려놓고 있다”며 “소송까지 가기전이라도 상식에 맞는 민원은 시공사에서 당연히 처리해주는 데도 이러한 분위기가 소송만능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업체는 소송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협상을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박사는 “법의 맹점을 이용해 소송을 내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아파트 분양전부터 입주자대표와 하자보수관련 업체, 전문 브로커 등이 결탁해 시공사에 ‘협박아닌 협박’까지 일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되자 건설협회와 주택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대법원 판례의 맹점을 지적하며 관계부처를 통해 민법개정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건산법과 주택법이 지금껏 적용됐는데 지난해 대법원이 적용한 법이 건산법과 주택법보다 상위법인 민법이기 때문에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민법을 수정하든지 관련법을 개정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법무부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고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hu@fnnews.com 김재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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