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핵심부품을 수입해 만든 휴대폰을 제때 재활용하지 못해 지난 20년간 5조원 이상의 외화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조기 실현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애써 벌어들인 외화를 안방에서 갉아먹고 있는 중고폰에 대한 재활용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일 정보통신부와 환경부, 전자부품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이동통신서비스가 시작된 지난 84년 이래 20년간 회수되지 못한 중고폰 약 1억대에 포함된 주요 부품의 국산화율이 낮아 외화손실액만 무려 5조원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업체들의 지난 2004년 한해 수출규모인 10조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중고폰이 재활용되지 못해 입은 외화손실은 지난 2003년 기준 우리나라의 정보통신분야 대외 기술무역적자 9억달러의 55%를 차지한다. <표·그래픽 참조>
■부품자립도 낮은 중고폰이 원인
1대의 휴대폰을 구성하는 부품은 200여종에 달한다. 우리나라 휴대폰의 부품 국산화율은 70%를 상회한다. 그러나 62% 이상의 제조원가를 차지하는 5대 핵심부품의 국산화율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폰의 경우 57%, 유럽형이동통신(GSM)폰은 66.3%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핵심부품은 모뎀칩, 인쇄회로기판(PCB), 액정표시장치(LCD)모듈, 카메라모듈, 메모리, 배터리 등으로 대부분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전자부품연구원에 따르면 CDMA폰은 제조원가의 12.5%에 해당하는 모뎀칩(MSM)을 미국 퀄컴사로부터 100% 수입하고 있다. 나머지 부품의 수입산 채용비율은 LCD모듈이 35%, 카메라모듈 32%, 메모리 85% 등이다. 또 GSM폰은 메모리의 83.6%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나머지 부품의 수입산 채용비율은 카메라 모듈이 32%, LCD 모듈 21.3%, 배터리 8%, PCB 2% 등이다.
산업은행이 최근 발표한 ‘국내 휴대폰 부품산업의 현황분석’에서도 국내 휴대폰 부품산업은 국산화율이 70%인 가운데 핵심부품에 대한 대외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산은은 휴대폰산업과 휴대폰 주요부품 35개 품목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소재·부품 분야에서 뒤졌다고 분석했다.
■버리면 쓰레기, 활용하면 달러
방치되거나 주인을 잃은 중고폰 또는 분실폰으로 인한 외화손실은 천문학적 규모다. 그간 방치된 중고폰은 핵심부품의 국산화율이 57∼66%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하면 ‘외화덩어리’다. 우리 국민 1명이 원가 10만원짜리 중고폰 하나를 장롱속에 방치하면 5만7000원에서 6만6000원 상당의 외화가 사장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지난 98년 이래 2004년까지 매년 회수되지 못한 중고폰을 외화(대당원가 10만원에 국산화율 57% 적용)로 환산한 총액은 약 2조3177억원이다. 여기에 이통서비스가 시작된 지난 84년부터 97년까지 버려진 중고폰을 합산하면 손실규모가 5조원 이상일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방치된 중고폰 기준 연도별 외화손실액은 지난 98년 907억원(211만대), 99년 1997억원(464만5000대), 2000년 3823억원(889만1000대), 2001년 3882억원(903만대), 2002년 3882억원(903만4000대), 2003년 4171억원(970만대), 2004년 4515억원(1050만대) 등이다.
이같은 기준을 적용해 주인을 잃어버린 분실폰의 외화손실을 따져보면 지난 99년 645억원(150만대), 2000년 860억원(200만대), 2001년 1075억원(250만대), 2002년 1290억원(300만대), 2003년 1505억원(350만대), 2004년 1935억원(450만대) 등이다. 분실폰으로 인한 외화손실액은 총 731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외화낭비를 줄이는 차원에서 재활용캠페인 등을 통해 잠자는 중고폰을 양지로 끌어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대책은 없나
방치되거나 주인을 잃은 중고폰 및 분실폰의 수거와 함께 주요 핵심부품 재활용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휴대폰 제조원가 대비 금액비중이 높은 모뎀칩(12.5%), LCD모듈(24.5%), 카메라모듈(6%), 메모리(13.5%), 배터리(5.5%), PCB(4%) 등을 체계적으로 분리해 재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환경전문가들은 “중고폰 회수시 무작정 분쇄해 금·은 등 소량의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단순처리 방식에서 벗어나 주요 핵심부품을 별도로 분리, 활용하는 전국단위의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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