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상영중인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자아성찰과 고난극복을 잘 표현한 영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고를 당해 경추골절로 인한 척수손상을 입는다. 척수손상을 당한 여주인공이 호흡보조기를 달고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는 등 의구심을 자아낸다. 영화속 질병이 실상에서는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자. 특히 경추는 큰 사고가 아니더라도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고 잘못된 습관만으로도 큰 질환에 이를 수 있다. 항상 보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추는 7개의 목뼈와 그 사이에 있는 물렁뼈(추간판, 디스크)로 구성돼 있다. 1번 경추는 두개골과 관절을 이루고 있으며, 7번 경추는 등뼈인 흉추와 물렁뼈를 통해 연결돼 있다.
물렁뼈 뒤쪽의 신경관으로는 중추신경인 척수가 지난다. 척수는 뇌와 말초신경 사이에서 지각운동·자극전달·반사기능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아주 중요한 기관이다. 쉽게 말해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의 정보가 오가는 고속도로와 같다. 만약 폭탄이라도 떨어져 중간에서 끊기면 뇌의 명령이 더 이상 몸으로 옮겨가지 못해 그대로 멈춰버린다.
영화 속에서 경추 1, 2번이 골절되는 사고를 당한 매기(주인공)가 의식이 명료하고 농담도 하지만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며 스스로 호흡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기는 척수 중에서도 목 부위인 경수에 손상이 생겼는데 이 부위는 사지마비·체간기능장애·호흡기능장애와 관련이 있다. 만약 손상이 흉수(흉추부위 척수) 부위 이하에서 일어났다면 하지마비에 그쳤을 수 있지만, 어느 경우든 방광기능장애가 합병되고 마비 부위에 욕창이 생기는 것은 같다.
이러한 척수 손상은 영화에서처럼 외상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척수는 일단 손상되면 원래의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때문에 손상된 부위와 관련된 마비 부위 역시 재활을 한다고 해도 완전히 낫지 않는다.
경추손상 및 경수손상은 뜻밖의 사고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낙상, 교통사고, 머리에 입은 충격 등이 주 원인이 된다. 그러나 생활하는 동안의 관리소홀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도 이상 고개를 숙인 자세인 ‘거북목’을 오래 취하면 경추가 일자형으로 펴지게 된다. 거북목처럼 나쁜 습관이 몸에 배게 되면 디스크가 밀려나오면서 이것이 경수 부위를 눌러 손저림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방치하면 팔이 마비되거나 심할 경우 보행장애가 오기도 한다.
잠을 잘 때는 엎드려 자지 않는 것이 좋다. 목이 장시간 동안 한쪽으로 돌려진 상태가 돼 낮 동안의 거북목으로 피로한 목을 더 아프게 한다. 높은 베개도 거북목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베개가 없는 상태에서 누웠을 때 경추와 바닥 사이에 자신의 팔뚝 하나가 들어갈 정도 높이의 베개가 거북목으로 인한 목 피로를 풀어줄 수 있다.
요즘처럼 나들이가 많은 계절에는 가벼운 차량 추돌사고시 나타나는 목 통증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경상일 경우는 1∼2주 정도의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호전된다. 그러나 부상이 심할 때는 디스크 탈출증으로 진행되어 수술을 해야 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경추골이 골절되어 신경이 손상되면 사지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가볍게 충격을 받았더라도 우선은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목디스크 탈출증이 상당히 진행됐다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z문영진기자
/도움말=나누리병원 신경외과 임재현 부원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