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명의 농촌 인구와 1억5000만명의 농촌 잉여 노동력을 가진 세계의 공장 중국이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비록 남부의 일부 발전한 지역을 중심으로 몇 년 전부터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동남해안 제조업이 발달한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난 농촌 출신 노동력 부족 현상의 표면적 이유는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 농촌 출신 노동력의 임금은 10년 전과 별 차이가 없는 600위안(약 9만원) 정도로 같은 기간 중국이 매년 약 9%의 경제 성장을 이룩한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이 낮다.
농촌 출신 노동력 부족은 주로 노동집약적 산업이 발달한 저장성, 광둥성, 장쑤성 그리고 푸젠성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제조업이 가장 발달한 광둥성의 경우, 올해 약 100만명의 농촌 출신 노동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화통신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공장이 멈추는 경우도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해 2·4분기 장쑤, 저장, 푸젠, 광둥 등 4개 성, 12개 도시에 70만4000명의 노동인구가 공급됐으나 기업이 필요로 한 노동인구는 108만명이 넘어 약 38만명 정도의 인력 부족 현상을 보였다.
농민이 도시로 나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수입이 낫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농민의 수입을 증대시키는 가장 큰 동력은 급여성 수입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들 수입이 전체수입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하고 있다.
농촌 출신 노동력 부족 현상은 평균 국내총생산(GDP)이 1000달러에 이른 중국의 노동력 시장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 또 노동가격이 노동력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실 낮은 원가는 지난 20년 동안 중국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가장 훌륭한 미끼였다. 기업들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노동자의 합법적 권익을 희생하면서 최대한 원가를 낮추었고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저임금의 유지였다. 만약 이들 값싼 노동력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메이드 인 차이나’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수출은 5933억6000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35.4% 증가했다. 무역 흑자는 319억달러였다. 그러나 저가에 의존한 수출경쟁력은 툭하면 외국의 무역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농촌 출신 노동력과 전력�^기초원자재의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양호한 투자환경과 값싼 노동력은 중국만이 가진 것이 아니라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이 바짝 그 뒤를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는 중국 기업이 농촌 출신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고 이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함과 동시에 현재와 같은 저수준의 평면식 확장을 멈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값싼 노동력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임금을 올려 노동력을 끌어들이는 것은 분명 원가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값싼 노동력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와 우수한 노동력의 배양을 게을리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이는 당연한 결과로 노동생산성의 저하를 가져 오게 되고 그 결과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일부 지역에서는 농촌 출신 노동력에 대한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통해 이들 노동력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다.
이것이 비록 기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해도 중국 제조업이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난달 끝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공포된 후진타오 주석 시대의 지도이념은 ‘조화로운 사회 건설’이다. 지역간 경제 발전이 조화로운 사회, 도시와 농촌이 조화로운 사회, 계층간 생활 수준이 조화로운 사회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메이드 인 차이나’식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농촌 출신 노동력에 대한 수입 증대와 처우의 개선은 계층간 조화로운 사회 건설과 도시와 농촌의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전제 조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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