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6일(현지시간) 미국 재정적자와 달러 약세, 고유가 추세 등으로 올해 세계경제가 정점을 지나 내리막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이날 발표한 ‘세계 개발 금융’ 보고서에서 특히 달러가치가 더 떨어질 경우 최근 몇년새 달러 자산이 크게 늘어난 개발도상국들이 보유자산 가치하락이라는 뜻하지 않은 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도국 약달러 피해 우려=세계은행은 미국 달러 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달러를 다량 보유한 개발도상국들이 잠재적인 대량 손실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달러의 무질서하고 급격한 하락이 개도국들에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달러 가치는 적정가격을 밑돌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지난달 아시아의 몇몇 중앙은행들이 통화 다변화 전략으로 달러를 매각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 달러 가치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2월 외환보유액 운용을 다변화하겠다는 이른바 ‘한국은행발 쇼크’로 달러 가치가 뚝 떨어졌던 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도국 외환보유고는 지난 2003년 1조2140억달러에서 지난해 1조5920억달러로 한 해 동안 3780억달러 늘었다. 이 중 상당량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지만 보고서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132개 개도국 가운데 101개국이 지난해 외환보유고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도 성장 발목=IMF의 로드리고 라토 총재도 이날 워싱턴 조지타운대 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고유가 시대가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토 총재는 “현재 고유가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가격 상승이 심해질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그때쯤이면 원유 시장은 충격을 완화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은행의 앤드루 번스 애널리스트는 “올 상반기 유가가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나 하반기에는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은행은 올해 유가 평균치를 배럴당 42달러 안팎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통화 평가절상해야=세계은행은 선진국과 개도국간 경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주요 아시아 국가들이 통화절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이 가장 큰 관심사다.
프랑수아 부르기뇽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아시아 통화 절상만으로는 충분히 경제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아시아 통화 절상이 불균형을 해소하는 첫번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르기뇽은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아시아 투자자들은 달러화 자산을 유로화나 엔화 표시 자산으로 바꾸기 시작했다”며 “이때문에 달러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미국의 고금리 정책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세계은행은 미국 재정적자를 줄이는 방안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들이 자국 통화에 대한 ‘통제된 평가절상’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앤드루 번스는 “중국이 환율정책을 바꾼다면 이는 미국 재정적자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점진적인 평가절상을 시행한다면 달러 약세도 늦출 수 있으며 아시아 국가들의 인플레이션 발생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일본 저금리정책 필요=세계은행은 아시아 통화절상과 함께 유럽과 일본이 적극적인 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야 미국 재정적자에 따른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번스는 “유로권 12개 국가들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야 더 강력한 경기부양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미국 고금리 정책을 보상할만한 저금리 정책이 세계경제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번스는 이어 “유럽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나더라도 재정을 긴축 운용하고 금리 정책은 현 상태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5.6%에 이르렀던 미국 재정적자가 오는 2007년에는 5.3%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전망치를 맞추려면 미국은 지금보다 훨씬 과감한 재정 감축정책이 필요하다고 세계은행은 지적했다.
그러나 조지 부시 대통령 행정부는 긴축보다는 영구적인 감세를 통한 재정확충에 치중하고 있어 재정적자 축소가 제대로 이뤄질 지는 불투명하다.
/ cameye@fnnews.com 김성환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