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분배정책은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복지지출을 의도적으로 늘리기보다는 고령화에 따른 자연스런 증가를 용인하는 선에서 그쳐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기획예산처가 8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연 국가재정운용계획 총괄분야 공개토론회에 주제발표자로 나선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고영선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성장이 아닌 분배에 지나치게 높은 우선 순위가 두어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연구위원은 “소득분배를 위한 높은 한계세율과 지나치게 관대한 사회보장은 근로의욕과 투자의욕을 저해시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단 도입된 복지정책은 실효과 있든 없든 복지 수혜계층의 요구로 계속 유지돼 재정지출을 유발함으로써 재정건전성을 저해하고 지출효율성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또한 재정지출의 증가는 국가자원 가운데 민간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줄임으로써 민간투자와 민간소비를 감소시키고, 저소득층에 대한 공적부조제도가 발달하면 이에 안주해 저소득층으로 남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 과도한 실업급여와 질병급여 등도 근로의욕을 감퇴시키고 조기퇴직을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정도의 분배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사회적 선호도에 의해 결정될 문제이지만 가능한 한 성장과 분배를 양립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배정책이 경제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면 이런 요인을 최대화하고, 반대로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있다면 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연구위원은 분배정책이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이유로 자본시장의 실패를 교정하고 사회통합을 높일 수 있는 점을 꼽았다.빈곤층은 담보능력의 부족 등으로 인적 자본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자본시장에서 조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소득재분배 정책을 통해 빈곤층에게 교육 및 훈련기회를 제공하면 빈곤층이 빈곤에서 쉽게 탈출할 수 있고 이들이 경제활동에도 참가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빈곤의 대물림’이 보편화될 경우 빈곤층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능력을 계발하거나 저축을 통해 자본을 축적할 의욕을 상실하며 이는 그 자체로서 경제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계층간 불화와 반목을 심화시키고 사회불안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지정책이 적절히 설계되었을 때, 복지지출이 과도한 수준에 달하지 않았을 때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은 가능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분배가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자본시장 실패의 교정을 위한 재정지출이 충분치 않거나 복지정책의 설계가 잘못되어 있거나 여타 정책목표와 혼선이 발생하는 등의 사례가 목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단은 경제성장을 촉진하기도 하지만 지식근로자와 비근로자 사이의 분배구조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충고했다.
고연구위원은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정부는 민주시민사회의 기초가 되는 법질서를 확립하며 상품시장과 요소시장의 경쟁여건을 제고함과 동시에 교육훈련의 기회가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 hjkim@fnnews.com 김홍재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