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안전에 관한 핵심 설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미국 회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았다.
특히 한수원은 개발된 설비가 기존 설비보다 내진(耐震) 능력이 부족한데도 신설 원전 건설에 사용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수원지방법원에 따르면 제6민사부는 지난 1월 미국의 원자로 설비생산회사인 ‘IST 코낙스 뉴클리어사’가 한수원과 중소기업인 ‘평일’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침해금지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원자력발전소용 전기관통구설비(EPA)에 관한 원고의 영업비밀을 제3자에게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한수원과 평일 사이의 원자력발전소용 전기관통구설비 개발계획에 의해 평일이 생산한 원자력발전소용 EPA를 구입하거나 사용해서는 안된다”면서 원고측이 낸 가처분신청도 받아들였다.
EPA는 원자로 콘크리트 격납벽을 통해 원자로 내·외부를 연결하는 각종 신호선과 전력선이 통과하는 밀봉장치로 원자로 내부의 방사능, 고온, 고압 등은 물론 지진이나 화재 및 폭발에도 성능을 유지해야 하는 원전의 핵심설비로, 원전 1기당 70개 정도가 들어간다.
국내 대부분의 원전에 EPA를 납품해온 IST는 한수원과 평일이 원전의 건설비용 절감과 설계기술의 자립을 위해 지난 99∼2002년 8억6000여만원을 투입해 IST의 설계도면 등을 이용, EPA 개발을 완료한 뒤 실시계획 승인이 난 신고리원전에 납품하려고 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한수원과 평일이 개발한 EPA는 내진능력이 전체적으로 IST 설비의 2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한수원은 자신들이 개발한 EPA를 수의계약으로 신고리원전 건설에 납품토록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측은 이에 대해 “IST로부터 받은 정보는 이미 공개된 자료여서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으며 평일에 정보를 제공한 사실도 없다”면서 “항소할 방침이며 법으로 하자가 없을 경우 평일의 제품을 납품받을 계획”고 밝혔다.
/ hjkim@fnnews.com 김홍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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