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단지에 대해서도 직권으로 긴급 안전진단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또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는 초고층 아파트를 짓지 못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된다. 정부가 서울 강남지역 중층 재건축 단지에 긴급 안전진단 조사권을 발동하고 층고(層高) 제한을 두기로 한 것은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취지이겠지만 즉흥적인 대책의 전형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 2003년 7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통해 안전진단 절차를 강화하고 최종 권한도 지방자치단체장에서 광역자치단체장에게 넘겼다. 이후 안전진단 통과율이 30∼40% 수준으로 떨어졌고 재건축 값도 상당 기간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안전진단 권한을 다시 해당 자치구에 일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이 급등하자 정부가 직접 안전진단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강남지역 재건축단지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기대감으로 올 들어 급등세를 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울 강남구의 경우 10.59%가 올랐고 강동구 13.82%, 서초구 8.20%, 송파구가 17.70% 급등하는 등 강남 지역 아파트값이 심상치 않은 것은 분명하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도화선이 돼 집값이 폭등했던 지난 2002년 초를 생각하면 사업 초기부터 강력하게 재건축을 억제해 부동산 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특히 지은 지 20년 정도 된 아파트의 경우 부실시공이 아닌 이상 거주하기 힘들 만큼 콘크리트 부식 등 노후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낮다는 건설교통부의 판단이고 보면 나름대로 안전진단을 강화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특정 지역을 겨냥해 긴급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층고 제한을 두는 등의 임시 방편적 규제를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가격이 오르는 지역을 집중적으로 압박할 경우 다른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는 이른바 ‘풍선효과’만 키우는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최근 이중삼중의 부동산 투기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것은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시장원리에 충실한 정책만이 가장 효과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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