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독일)=차상근기자】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오전(한국시간 11일 오후) 독일 베를린시내 대통령궁에서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가까운 시일안에 양국 교역규모의 200억달러대 달성 등 교역·투자확대와 IT·첨단기술분야 협력 등 양국간 구체적 실질협력 확대를 위해 상호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양국의 경제현황과 독일의 ‘어젠다 2010’ 등 양국의 지속적인 경제개혁 추진경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양국 청소년 학술교류를 비롯한 양국민간 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두 정부 차원의 지원과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두 정상은 이와 함께 두 나라가 전쟁과 분단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특별한 협력관계를 맺어왔음을 평가하고 수교 122주년을 맞은 양국관계를 21세기의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상호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 밝혔다.
두 정상은 한반도의 안정이 동북아는 물론 세계 평화에도 긴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고 쾰러 대통령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과 우리의 평화번영정책에 대한 독일 정부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노대통령은 10일 오후(현지시간) 베를린시내 숙소호텔에서 첫 공식일정으로 가진 동포간담회 자리에서 남북관계와 관련,“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대로 한쪽이 끌려가는 상황이 돼선 건강한 발전이 어렵다”며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전례없이 강한 어조로 북한의 성의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북의 신뢰회복 노력 촉구=노대통령은 당초 독일방문을 앞두고 독일 통일과정에 대해서 독일 지도자들로부터 많이 들을 예정이라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동포간담회에서는 일본의 과거사문제에 대한 교민들의 질문을 애써 회피한채 대북관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노대통령은 우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문제 등 6·15선언의 합의내용이 북한측 문제로 이행되지 않고 있음을 재차 지적했다.
나아가 “남북간에도 비핵화에 합의했으면 북한이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남북간 합의를 지켜야 하는데 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미국의 위협이 있다는 이유로 대미관계에서 이를 정치적 무기로 생각, 핵을 가질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대통령은 또 “남북간 평화협정·선언은 남북간에 뜻을 맞춰야 한다”며 북한측의 신뢰문제를 집중 지적했다.
노대통령은 특히 “때로는 남북관계에서도 쓴소리를 하고 얼굴을 붉힐 때는 붉혀야 하며, 이웃(일본)과도 쓴소리하고 붉힐 때는 붉혀야 한다”며 남북관계나 외교문제에서 적극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대화 재개 우선=노대통령은 북한의 행보와는 대조적인 우리측의 성의있는 노력을 쾰러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서도 강조했다.북한의 핵보유 선언에도 이를 전략적 주장으로 받아들이며 남북교류를 계속하고 있는 점이나 공식대화창구만 막힌 채 민간교류나 경제협력 등이 별일없이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설명했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북한 말을 다 들어줄 수는 없다”며 선을 긋고 “대화는 서로 지킬 건 지키고 존중할 건 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대화를 끊은 상황에서 평화선언을 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노대통령은 북한이 협력하고 어떤 대화든 진행시키면 한국은 항상 열려 있고 일체의 조건이 없다며 북한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아울러 노대통령은 남북문제가 안 풀리는대로 복안도 갖고 있으며 대북정책이 국민지지를 받기 때문에 풀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노대통령의 이같은 적극적인 대북공세는 ‘동방정책’폐기 등 동서독간 신뢰무드가 통독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노대통령 내외는 이날 샤를로텐부르크성에서 열린 국빈방문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이어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의 안내를 받아 동서독 분단과 통일의 상징물인 브란덴부르크문을 시찰했다.
/ csky@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