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번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결정에 대해 재건축단지 조합원들은 ‘사유재산 침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단지의 한 입주민은 “정부가 재건축에 대해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재건축 추진을 사실상 가로막는 것은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서울·수도권 205개 재건축조합 대표자 모임인 바른재건축실천연합(재건련) 김진수 회장은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재건축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자칫 ‘사유재산 침해’라는 반발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은 양질의 주택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생기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강남지역에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사업 위축 불가피=중층 재건축단지로는 잠실주공5단지와 은마, 진달래2차, 청실1차, 개나리4차 등이 있다. 이들 단지는 대부분 조합설립인가까지 받은 상태지만 정부가 재건축 단계마다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했기 때문에 사업추진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추진위 박춘남 사무국장은 “정밀안전진단의 몫은 지방자치단체로 중앙정부가 나서는 것은 오히려 재건축시장을 왜곡시키는 것”이라면서 “재건축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은 공급이 뒤따라 주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동구 고덕주공7단지 조기태 재건축추진위원장은 “이번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 절차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고덕주공 1∼7단지의 경우 준공시기는 83년 12월로 같지만 먼저 사업을 추진한 1∼4단지는 안전진단을 통과시켜주고 나머지 단지는 정부가 규제를 한다는 것은 해당 단지 주민들로서는 큰 불이익”이라고 말했다.
이에반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리모델링사업은 다소 힘을 얻을 전망이다. 현재 강남구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등 재건축이 추진되던 곳에서 일부 주민이 리모델링 추진모임을 결성, 설명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단지는 재건축 조합측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정부의 리모델링 지원책도 미미해 재건축 위축이 곧바로 리모델링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건설업계 및 시장은 의외로 ‘무덤덤’=재건축규제를 강화키로 한 11일 강남권 부동산시장은 큰 동요없이 조용했다. 대부분 정부정책이 이번에도 큰 효과를 못거둘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9차 단지내상가에 위치한 센추리21공인 관계자는 “최근 2∼3개월 사이 40∼50평형대 기준으로 전반적으로 2억∼3억원가량 올랐지만 매물이 귀해 거래는 많지 않았다”며 “현재 압구정동 지역은 12∼15층이어서 정부가 이야기하는 35층으로 규제를 한다고 해도 약 2배 이상 높이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어 정부의 재건축 규제에 큰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 박형근 부장은 “개발이익환수제 발표 이후 각 건설업체들이 사실상 재건축 수주활동을 중단했다”면서 “건설업체들이 재개발에 역점을 두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겠지만 전반적으로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shin@fnnews.com 신홍범·함종선·김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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