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SK텔레콤의 800㎒대역 주파수 재분배’ 문제로 다시 ‘창’과 ‘방패’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는 정보통신부가 오는 7월 ‘통신용 주파수 회수·재배치방안’과 오는 12월 ‘전파법개정안’을 연이어 매듭지을 예정인 가운데 이통 3사가 각기 자사의 이해득실을 따져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과정에서 빚어진 현상이다.
KTF와 LG텔레콤은 SK텔레콤이 독점한 ‘800㎒ 주파수대역에 대한 재분배’를 올해 전파법 개정안에 반영시키기 위해 남중수 사장과 남용사장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후발 이통사의 800㎒주파수 재배치요구에 대해 2㎓대역 3세대이동통신(IMT-2000)에 대한 투자를 회피하려는 의도이며 논할 가치조차 없다는 입장이다.
◇800㎒ 주파수로 단일화=KTF는 올해 800㎒ 주파수 재분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회사는 전파법 개정안에 고효율인 800㎒ 주파수를 이통 3사가 공동으로 나눠 쓰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아예 800㎒ 주파수를 3사의 표준으로 정해 단일화하자는 얘기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다.
KTF 관계자는 “SK텔레콤의 800㎒ 주파수 독점으로 인해 이통시장에서 쏠림현상과 소비자 편익저해가 발생했다”며 “PCS사업자가 800㎒를 사용할 경우 해외로밍이 자유로워지고 투자운용비가 낮아져 요금인하 여력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중복투자 방지위해 800㎒ 재분배=LG텔레콤도 800㎒대역 재분배에 대해 KTF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가입자 규모와 자금여력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중복투자를 방지하면서 유효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800㎒ 주파수 재분배가 절실하다는 논리를 줄곧 펴왔다.
LG텔레콤 관계자는 “800㎒ 주파수는 1800㎒에 비해 전파효율성이 1.73배 이상 좋다”며 “시외지역의 경우 800㎒를 사용하면 4배 이상의 통신망투자 및 운영비가 절감된다”고 지적했다.
◇800㎒와 1.8㎓주파수 특성차이 미미=SK텔레콤은 KTF와 LG텔레콤의 800㎒대역 재분배 요구에 대해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니 같이 쓰자’는 식의 억측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사는 특히 후발 이통사가 각각 2㎓대역 광대역이동통신(WCDMA)과 코드분할다중접속( CDMA)2000 EV-DV에 대한 투자를 피하기 위해 800㎒ 주파수 재분배카드를 꺼낸 것이라 해석했다. 또 후발 이통사의 주장과 달리 800㎒대역과 1800㎒대역간 주파수 효율성의 차이는 실상 1.2∼1.3배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800㎒와 2㎓주파수 특성이 사업자의 시장경쟁력을 좌우할 만한 수준이 아닌 데다 접속료 차등화 등을 통해 충분히 보전하고 있다”며 “800㎒ 재분배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억지”라고 반박했다.
◇정통부 “글쎄”=정통부는 아직까지 800㎒대역 주파수 재분배에 대해 SK텔레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제와서 SK텔레콤의 800㎒대역 주파수재분배를 논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며 “해외의 추세도 WCDMA 등에 2㎓∼5㎓의 활용을 늘리는 마당에 이미 할당된 800㎒를 재분배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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