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일 오후 11시30분)가 우리나라 진보 역사의 흔적을 되짚는다.
오는 24일부터 3부작으로 방영될 ‘한국의 진보’는 우울한 현실 대안으로 내세워진 진보 이념이 지난 80∼90년대를 정점으로 어떠한 사회적 파장을 낳았고 암울한 시대적 고통속에 어떤 성장과정을 거쳤는 지를 보여준다.
1부에서는 80년 당시 사회변혁을 꿈꾸며 노동현장으로 뛰쳐나간 학원세력들의 이야기를 담은 ‘공장으로 간 지식인들’편을 방영한다. 공식적인 정부 통계에 따르면 당시 노동현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식인들은 699명, 비공식적으로는 1만여명으로 추산된다. 가족과 친구를 뒤로한 채 공장으로 간 학생들은 급진적인 현실 타파와 불합리한 사회구조 의식을 곳곳에 전파한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과 원희룡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 등은 위장 취업을 위해 학생 신분을 숨기고 직업 훈련원에서 용접 기술을 배웠던 이야기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수년간 거처로 삼던 서울 구로동 쪽방촌을 직접 찾아 당시를 회고한다.
프로그램은 당시 이들의 역할에 대해 결코 관대한 자세만을 취하지는 않는다. 같은 일터의 노동자 신분에도 불구하고 학생 출신과 노동자 출신은 깊은 골이 존재했다고 제작진은 말한다. ‘학생들은 조급한 사회변혁을 원했지만 우리는 당장 생활이 중요했다’고 말한 한 노동자 출신 진보인사의 언급에서처럼 이들의 시작은 ‘미약’했음을 스스로 인정한다.
한편, 오는 5월1일 방영될 2부에서는 한국전 이후 최대 비밀정치 조직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을 다룬 ‘인민노련, 혁명을 꿈꾸다’편을, 8일 방영될 3부에서는 선명성 투쟁속에 제각기 흩어진 진보세력의 현주소를 담은 ‘혁명의 퇴장, 떠난자와 남은자’편을 각각 보여준다.
그러나 ‘한국의 진보’라는 거창한 제목 아래 되짚어본 진보세력의 발자취가 학원, 교회, 농촌 등은 뒤로한 채 노동현장에만 국한시킨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18일 서울 여의도 MBC 경영센터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김환균 시사교양국 CP는 “시급한 문제를 우선 정리해보자는 차원에서 노동계를 택했다”며 “이미 정치 세력화된 진보세력이 있고 그 모태가 노동현장이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창을 이같은 식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 sunysb@fnnews.com 장승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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