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가 지배적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보다 2위 사업자인 KTF에 휴대폰 공급을 늘리고 있는 것과 관련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동통신업계와 제조업계의 두 공룡인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갈등설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KTF는 이를 대대적인 홍보의 기회로 삼고 있다.
KTF는 삼성전자의 가로보기Ⅱ폰(SPH-V6000K), K-ways 슬라이드폰(SPH-V6500K), 블루투스 블루블랙폰(SPH-V6900)을 잇따라 출시한다고 19일 밝혔다.
가로보기Ⅱ폰은 SK텔레콤용(SCH-V600)과 같은 모델이며, SPH-V6500K와 SPH-V6900은 전량 KTF에 공급된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KTF용 단말기 공급을 늘리면서 올해 애니콜 신규모델 15종 가운데 KTF용 공급모델은 7종으로 SK텔레콤용 6종보다 많다.
이는 지난해초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휴대폰은 SK텔레콤 독점모델로 출시되거나, KTF용으로 출시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최초의 동영상폰(SCH-V300), 64화음 스테레오 카메라폰(SCH-E250), 슬라이드폰(SCH-E170) 등 히트작들은 SK텔레콤을 통해 먼저 공급됐다.
그러나 지난해 SK텔레텍의 내수제한 조치 해제 움직임과, 삼성전자의 휴대폰 독자유통망 확대를 놓고 SK텔레콤과 마찰을 빚으면서 양사의 밀월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SK텔레콤이 단말기 자회사인 SK텔레텍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사양이 떨어지는 저가단말기 공급을 요청한데 대해 삼성전자가 발끈, 전략적으로 KTF를 후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불화설이 불거진 직후 권상우폰(SPH-V4400), 에릭폰(SPH-S2300) 등이 KTF로 독점 출시됐고, 이 여파로 KTF 단말기에 대한 인식이 크게 호전됐다. 물론 SK텔레콤 전용으로도 가로본능폰(SCH-V500), 효리폰(SCH-V540) 등이 출시되긴 했지만 파급력은 KTF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주도권 싸움으로 KTF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며 “그러나 이같은 다툼으로 정작 고객들이 단말기 선택에 제약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phillis@fnnews.com 천상철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