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녀 문근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댄서의 순정’(제작 컬처캡미디어·연출 박영훈)은 문근영에 의한, 문근영을 위한, 문근영의 영화다. ‘어린 신부’로 스타덤에 오른 뒤 전 연령층으로부터 고른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문근영이 아니었다면 ‘댄서의 순정’은 매력없는 댄스영화, 또는 어쭙잖은 신파 멜로영화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댄서의 순정’이 제공하는 즐거움의 99%는 문근영에서 비롯된다. 관객은 문근영이 룸바·삼바·차차차 등 라틴댄스를 배울 때마다, 특유의 연변식 억양을 구사하며 말을 걸 때마다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는다.
전작 ‘어린 신부’에서 할아버지의 강권으로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야 했던 문근영은 이번 영화에서도 또 결혼을 한다. 이번엔 돈을 벌러 한국에 온 연변 처녀와 한국 젊은 남자와의 위장 결혼이다. 스포츠댄스를 배워 돈을 벌겠다는 야무진 꿈을 품고 한국으로 건너온 열아홉살 조선족 처녀 장채린(문근영)의 인생역정은 자연스럽게 춤선생 영새(박건형)와의 보일듯 말듯한 로맨스로 발전하고 순백의 때묻지 않은 사랑을 예비한다. 그러나 실제로나 영화 속에서나 여전히 성년의 경계에 놓여있는 문근영에게서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즈바이’(아저씨의 연변식 사투리)를 연발하는 이번 영화는 또 ‘남성을 위한 판타지’로도 읽힌다. 특히 젊은 여자들로부터 ‘아저씨’로 불리는 남자들이나 그와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 관객들이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대목이 많다. 이는 역으로 생각해보면 영화의 주소비층인 10∼20대에게는 다소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얘기도 된다.
비교적 깔끔하게 진행되던 이야기가 파국으로 치닫는 중후반 이후 길을 잃고 허둥대는데 이때 감독이 선택한 것이 바로 신파다. 영화 전반부에 순정(純情)의 상징물로 숨겨놓았던 반딧불이가 드디어 밝은 불빛을 드러내며 밤하늘을 날아오를 때 몇몇 젊은 관객들은 그 ‘올드한’ 감성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모두 보고 난 뒤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문근영 때문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28일 개봉.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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