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에 대한 전방위 통상 압력에 나섰다. 무대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였고 비중 있는 인사들이 잇따라 나섰다.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된 로버트 포트먼 하원의원(공화·오하이오주)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을 더 거칠게 다룰 것이라고 다짐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상원 예산위 증언에서 “조만간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덧붙였다.
존 스노 재무장관은 하원 세출위 증언에서 중국 정부에 즉각적인 평가절상을 다시 촉구했다.
미국 의회는 현재 위안화 평가절상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국산 수입품에 27.5% 보복관세를 물리는 법안 도입을 검토키로 한 상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재검토”=포트먼 USTR 대표 지명자는 “중국에 대해 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미국과 중국의 교역관계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준 절차가 끝나면 곧 중국을 방문해 “중국 당국자들에게 직접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도 말했다.
포트먼 지명자는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미국 상품을 배척하는 산업정책 등을 비판한 뒤 “중국이 늘 원칙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한 접근방식을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포트먼은 “중국은 아직 미국 수출업자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같은 문제를 풀지 못하면 중국과의 교역에서 미국의 이익이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 금융위는 포트먼 의원의 ‘속 시원한’ 발언을 적극 지지했다. 민주당의 맥스 보커스 의원은 “문제는 행정부다. 행정부가 더 강하게 나와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포트먼을 치켜세웠다.
공화·민주 양당 수뇌부는 포트먼이 USTR 대표로 하루라도 빨리 활동할 수 있도록 인준 절차를 다음주에 마무리짓기로 했다.
◇“지금은 행동에 나설 때다”=스노 재무장관은 “지난 주말 재무부 관리들이 중국 당국자들에게 ‘이제 중국은 고정환율제를 폐기할 준비가 됐다’는 점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지금껏 많은 진전을 이뤘고 이제는 행동, 즉 환율변경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스노장관은 이어 “미국의 입장을 중국에 충분히 전달했다고 본다”며 “금융 외교 방식을 통한 지금까지의 접근이 올바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의회가 중국산 제품에 27.5%의 보복관세를 물리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실책’이라고 지적하면서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고정환율제 폐기는 빠를수록 유리”=그린스펀 의장은 고정환율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중국이 어느 시점엔가 스스로 이 제도를 폐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고정환율제 폐기는 이르면 이를수록 중국경제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그린스펀 의장이 중국 당국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려는 부시 행정부와 효과적으로 공조했다”고 평가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내 의견으로는 중국이 변동환율제로 움직이는 게 스스로에게 큰 이익이 될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중국과 대화를 통해 우리의 판단과 경험으로는 중국이 조만간 변동환율제를 채택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한편,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의 재정적자가 미국 경제를 침체 또는 그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경제전망이 아직 매우 좋다면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미국 경제가 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사진설명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워싱턴(미국)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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