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최첨단 정보통신(IT)기술’, ‘고급인력’, ‘삼성·포스코 등 초일류 브랜드’.
이해찬 국무총리가 지난 19일과 20일 베트남을 공식 방문했다. 이총리는 베트남 총리와 주석, 당 서기장 등 권력 서열 1, 2, 3위의 유력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회담도 가졌다.
이총리는 이들에게 이런 말들을 열거하면서 한국이 가진 강점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베트남측도 이총리 일행을 대통령 방문과 버금갈 만큼 극진하게 맞이했다. 총리회담 내내 베트남측은 한국의 경제발전에 존경심을 나타내면서 협력하자는 뜻을 보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한국과 베트남이 ‘포괄적 동반자’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분위기가 그만큼 좋았다.
문제는 북한 등 경제외의 분야였다. 이총리는 베트남의 ‘국부’ 호찌민에 대한 각별한 존경을 표하면서 과거 파병 등 양국간 불편했던 관계를 풀어준 베트남측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거기까지만 했으면 좋았다.
이총리가 북한이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베트남이 각별히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을 때 쩐 득 르엉 주석과 농 득 마인 서기장의 입에서 나온 답변은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지만 노력하겠다”는 것이었다. 협조는 할 수 있겠지만 한국이 원하는 수준까지는 안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베트남측의 이런 발언은 한국과 베트남이 서로에 대해 얼마나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지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한마디로 동상이몽이다. 베트남은 경제협력만을 원할 뿐인데 우리는 이미 외교·안보협력까지 된다고 꿈꾸고 있는 게 아닐까.
베트남은 경제면에서는 후발 개발도상국이지만 국가와 민족의 자부심에서는 어느 선진국에 못지 않은 나라다. 한류도 좋고 삼성, 포스코를 앞세운 한국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것도 좋다. 다만 그들의 자긍심을 살려주면서 우리편으로 만드는 것도 지혜다.
이총리가 현지 기업인들에게 말했듯이 이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베트남 근로자들의 복지 향상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그 방편이다.
/하노이(베트남)= liber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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