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유럽연합(EU) 헌법이 부결되면 유럽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로마노 프로디 전 EU 집행위원장이 오는 5월29일 EU헌법 찬성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앞둔 프랑스 국민들에게 찬성을 호소하며 이같이 경고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지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헌법은 2년 6개월 임기의 EU 대통령과 외무장관을 뽑도록 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통일 유럽 국가를 만든다는 목표를 가진 조약으로 25개 회원국 모두가 비준해야 효력을 발휘한다.
오는 2007년 발효를 목표로 한 EU 헌법은 그러나 서유럽, 특히 사실상 EU를 주도하는 프랑스 국민들의 반대라는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닥쳤다.
새로 EU에 가입한 비 기독교 국가인 터키를 비롯해 가난한 동유럽 국가들과 자유로운 왕래를 꺼리는 심리,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 대한 반감 등이 EU 헌법 거부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EU 헌법 초안을 마련할 당시 집행위원장이었던 프로디는 24일 한 프랑스 신문과 인터뷰에서 EU헌법이 프랑스에서 부결되면 “더 이상 유럽은 없으며 유럽인들은 아주 오랫동안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프랑스의 재앙으로만 그치지 않고 유럽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 관점에서 유럽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로디 전 위원장이 ‘유럽 붕괴’를 우려하며 프랑스에서 치러질 EU 헌법 비준 국민투표에 큰 관심을 나타낸 것은 프랑스가 그만큼 중요한 데다 여론이 몹시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시라크 대통령이 지난 14일 TV 특별 생방송을 통해 EU 헌법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여론은 더 나빠졌다. 헌법 비준에 반대하겠다는 비율은 지난달 52%에서 생방송 뒤 60% 안팎으로 뛰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가 헌법 비준에 반대하는 좌파 여론을 돌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타임스는 조스팽 전 총리가 비록 지난 2002년 4월 대선에서 우파 시라크 대통령에게 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회당에서는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스팽 전 총리는 28일 TV에 나와 지지를 당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열매를 맺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타임스는 전망했다. 프랑스 여론조사 업체인 입소소의 피에르 자코메티 이사는 “헌법 지지 캠프는 좌우 모두에 양다리를 걸쳐야 한다는 전략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사진설명
프랑스 망슈주 지역 콩데 쉬르 비르의 투표관리 직원들이 오는 5월 실시되는 유럽연합(EU) 헌법 비준 국민투표를 앞두고 23일(현지시간)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콩데 쉬르 비르(프랑스 망슈주)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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