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청이 전격적으로 잠실주공 2단지의 분양승인을 내준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25일 오후까지만해도 재건축 비리와 사업절차에 문제를 지적하며 경찰과 건교부가 재건축 단지를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 서종대 주택국장은 이날 오전 “정부의 이번 방침은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엄포용이 아니라 법질서를 확립한다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분양가를 아무리 낮추더라도 절차상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 분양승인을 내주지 않는 것은 물론 관리처분계획도 취소할 수 있다”며 강경자세를 유지했다.
아울러 건교부는 “압구정동과 잠원동 일대 중층 재건축 단지의 집값을 부추긴 혐의자에 대해 정부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송파구청 관계자는 공동시공 주간사인 대우건설 및 잠실주공2단지 조합관계자들과 함께 분양가 인하안을 들고 건교부를 방문, 오랜시간 실무자 협의를 벌였으나 건교부는 이들의 제시안을 반려하기도 했다.
◇건교부 와 서울시 힘겨루기=그러나 25일 저녁, 송파구청은 잠실주공 2단지의 분양승인을 전격 승인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건교부도 ‘OK’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교부 관계자는 “잠실 주공2단지의 가장 큰 문제는 관리처분 총회에서 결정된 분양가와 달랐기 때문이었는데 이를 환원했다”며 “송파구청에서는 사업 절차상 문제가 없어 분양승인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교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분양승인이 난것은 26일까지 분양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 오는 5월 서울시 4차 동시분양이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고분양가 인하에 대해 시공사들이 ‘백기’를 든 것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건설업계 일부에선 ‘분양가를 낮추고자 하는 정부의 목표가 어느정도 달성됐다고 보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잠실주공 2단지 주관 시공사 관계자는 “사업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며 “고분양가라는 지적도 땅값과 공사비를 충분히 고려한 합리적인 가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급계약자인 시공사도 피해자”라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잠실주공2단지는 다음달 18일부터 적용되는 개발이익환수제를 피할 것이 확실시 됐다. 잠실주공2단지 시공사 컨소시엄 관계자는 “33평형의 분양가를 25일 오전 송파구청에 제출한 안(案)에서 평당 15만원을 추가 인하, 구청측으로부터 분양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일반분양분 33평형(19가구)의 분양가는 평당 1880만원으로 최초 분양승인을 신청할 당시의 분양가인 평당 1949만5000원보다 평당 69만5000원이 내렸다. 분양가는 2299만원이 떨어졌다.
나머지 평형의 평당 분양가는 12평형이 1506만5000원, 24평형이 평당 1810만원으로 책정돼 12평형과 24평형은 관리처분 총회에서 결정된 것과 동일하며 33평형은 30만원이 싸졌다.
◇도곡2차는 ‘기다려봐야’=그러나 서울시 4차 동시분양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대치동 도곡2차는 25일 늦게까지 가격인하 폭이 결정되지 않아 25일 현재 보류중이다. 늦어도 26일 오후에나 분양승인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청 정종학 주택과장은 25일 저녁 “도곡2차는 고분양가와 사업절차상 문제로 아직 사업승인이 나지 않았다”며 “정부의 주택가격 안정기조에 조합원측과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교부는 이번 잠실주공2단지의 분양승인과는 별개로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관리처분과 분양승인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계속 조사할 방침이다. 건교부는 이들 단지의 사업절차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고 판단되면 분양승인에도 불구하고 관리처분계획을 취소한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다른 단지들의 사업 추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편 역삼동 신도곡은 서울시 4차 동시분양에 예정대로 참여한다. 신도곡은 분양승인이 난 가격에서 낮아져 평당 1900만원이하가 될 전망이다. 신도곡은 일반분양분이 30가구밖에 되지 않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 hu@fnnews.com 김재후기자
■사진설명
서울 4차 동시분양에 참여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경찰조사와 절차상 하자를 묻는 건교부의 법적 대응, 고분양가 조사 등으로 ‘융단폭격’을 맞은 가운데 25일 송파구 잠실 저밀도 재건축아파트 주변 부동산 시장은 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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