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퇴직금제도는 61년 도입된 이후 40년 이상이 경과하는 동안 사회경제적 여건이 급격히 바뀌었다. 사용자에게는 큰 부담이나 근로자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돼 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노사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면서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기 위해 퇴직연금제도 도입의 필요가 대두됐다.
퇴직금제도는 근속연수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약 1개월 임금)을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5인 이상 사업장과 1년 이상 근속자가 대상이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와 노동시장의 여건이 빠르게 바뀌고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근로자들의 노후 대비책은 미비해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OECD와 세계은행 등은 퇴직금제도를 기업연금제도로 전환, 다층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을 권고하고 있다.
연봉제 확산, 근속연수 단축 등으로 퇴직금이 소액 생활자금으로 소진되는 등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점도 퇴직연금제 도입을 촉진시켰다. 연봉제를 실시하는 기업은 2004년 6월 기준으로 42%에 달한다. 평균 근속연수도 5.8년에 불과하다.
기업 도산시 근로자의 수급권 보장도 미흡하다. 사업주가 퇴직금을 장부상으로만 적립함에 따라 기업이 도산하면 근로자는 실업과 체불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받게 된다. 해마다 대규모 체불(2003년 5200억원)이 발생, 5인 미만 사업장이 퇴직금제가 적용되지 않음에도 퇴직금이 전체 체불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또 근로자 절반 이상이 배제돼 형평성 문제가 불거져 있다. 법정복지제도는 보호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큰 취약 근로자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형평성 원칙에 역행하고 있다. 근로자의 48%만이 수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근로자 퇴직시 기업의 일시금 부담이 가중돼 예측가능한 경영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같은 퇴직금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98년부터 ‘퇴직금제도 개선’을 노사정위원회 의제로 선정, 2000년부터 퇴직금제도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시작했다. 또 2001년 7월 노사정위원회는 별도의 실무팀을 구성해 논의를 시작했으며 논의내용을 토대로 관계부처와 협의해 지난해 10월 입법예고하는 등 입법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퇴직연금제도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퇴직연금제를 선택하고자 하면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노조 등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노조가 없으면 근로자의 과반수도 근로자 대표가 될 수 있다.
퇴직연금제는 퇴직급여방식에 따라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으로 나뉘게 된다. 확정급여형은 근로자의 연금급여가 사전에 확정되며 사용자의 적립부담은 적립금 운용결과에 따라 변동된다. 확정기여형은 사용자의 부담금이 사전에 확정되고 근로자의 연금급여는 적립금 운용결과에 따라 변동된다.
또 직장을 옮기더라도 일시금을 계속 적립했다가 은퇴하면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는 개인퇴직계좌제도가 도입된다. 직장이동성 및 단기 근속자 증가, 중간정산제 및 연봉제의 확산 등으로 퇴직일시금이 노후자금으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개인퇴직계좌 대상은 퇴직급여의 일시금을 수령한 근로자다.
이와 함께 법정 복지제도의 형평성을 담보하기 위해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신규로 확대 적용한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주의 부담능력과 준비기간을 고려해 2008년 이후 2010년을 넘지 않는 기간내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날로부터 적용한다.
사업주 부담률도 현행 수준의 50% 이상 100% 범위안에서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적립금 수준(확정급여형), 적립금 운용방법 및 기준, 퇴직연금 사업자 등록 요건 등 하위법령 제정을 오는 6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엄현택 노동부 근로기준 국장 역력
▲서울대 사회학과 미 일리노이대
▲ILO 파견, 여성정책과장 및 국제 협력관
▲노동부 근로기준국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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