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됨에 따라 종합적인 노후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국가(OECD) 국가 중에서 노령화 진행속도가 가장 빨라, 2018년에는 고령사회(agedsociety)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비해 조기퇴직과 핵가족화의 진전 등으로 사회 전반의 노후에 대한 준비는 미흡한 실정이며 현행 퇴직금제도는 여러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공적연금인 국민연금기금만으로 고령사회를 충분히 대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향후 선진국 수준의 복지를 구현해 나가려면 정부의 재정적인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여건을 감안하면 퇴직연금 도입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다고 하겠다. 이미 선진국에서 시행중인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은 근로자의 노후보장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고, 자산운용업 등 금융산업의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어 효과적인 보완책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의 예를 보면 역사적으로 자산운용업의 발전은 퇴직연금제도와 밀접한 관련성을 보여주고 있다.
78년 미국에서 도입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인 401(K) Plan은 90년대 뮤추얼펀드 붐과 맞물려 자산운용시장의 획기적 성장을 이루어낸 바 있다.
퇴직연금 도입을 계기로 국내 자산운용업계도 새로운 도약과 변화의 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본다.
한국증권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국내 퇴직연금시장 규모는 2015년까지 최대 189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자산운용업계의 총 수탁고(187조원)를 초과하는 규모로 자산운용업의 성장성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둘째, 퇴직연금 도입은 다양한 상품의 개발을 촉진하고 운용업계의 구조조정을 유도함으로써 자산운용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퇴직연금시장을 두고 국내외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회사 등 연금사업자 간의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기관들은 인력과 네트워크를 확충하고 선진 자산운용기법을 습득하여 내실을 기하는 한편,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대형화로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달성하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자율적인 구조조정 과정은 자산운용업계의 구조를 재편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
한편 퇴직연금은 국내증시 선진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첫째, 새로운 장기 투자수요를 창출함으로써 국내 증권시장의 수요기반을 크게 강화할 것이다. 수요기반 확충은 시장의 심도(depth)를 증진하고 변동성을 완화시킴으로써 증시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높여 우리 증시가 선진시장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퇴직연금 도입으로 간접투자 관행이 정착되고, 이로 인해 투자펀드 등 관련산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제도란 기본적으로 전문자산운용기관에 의한 간접투자를 전제로 하고 있는 제도다. 셋째, 간접투자 비중 확대에 따라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의 확산은 자산운용기관 등 기관투자가의 역할을 확대, 증시에서 기관화를 진전시키게 될 것이다.
기관투자가로서 자산운용기관은 철저한 내재가치에 근거한 합리적 투자결정과 퇴직자금의 성격상 장기적인 운용관점을 갖게 되어 주식문화를 선도하고 주가안정에 기여하는 등 증시 선진화에 큰 역할이 기대된다.
넷째, 국내 자산운용업의 성장은 국제적 금융자본의 탄생을 앞당겨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국가 비전을 완수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사회안전망의 확보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 금융시장 및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퇴직연금의 성공적인 도입이 자산운용업의 육성을 촉진하고 증권시장 선진화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이영탁 이사장 약력
▲대구상고, 서울대 상대 졸업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행시 7회 ▲경제기획원 건설교통예산담당관 ▲경제기획원 기획과장 ▲청와대 경제비서실 재정담당관 ▲재무부 증권국장, 경제협력국장, 국제금융국장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교육부 차관 ▲국무총리국무조정실장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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