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2003년 9월30일 서울 태평로 프라자호텔. 하나로텔레콤에 자본을 대려는 뉴브리지캐피털코리아 박병무 사장은 “휴대인터넷 등 유무선 통합부문에서 5∼7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2. 2005년 4월25일 서울 세종로 정보통신부 브리핑실. 권순엽 하나로텔레콤 부사장은 굳은 표정으로 이날 이사회에서 결정된 휴대인터넷 사업 포기 발표문을 읽어 내렸다.
1년7개월 만에 하나로텔레콤 대주주인 뉴브리지-AIG 컨소시엄의 휴대인터넷 투자계획이 180도 달라졌다. 지난 2003년 당시 뉴브리지측은 “투자 목적은 단기 차액이 아니라 하나로텔레콤을 아시아에서 최고의 브로드밴드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라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하나로텔레콤은 회사의 미래 가치를 위해서는 휴대인터넷 사업이 필요하다고 대주주에게 거듭 설득했다. 그러나 대주주는 ‘시세 차익’을 선택했다. 이로써 “음성시장 한계를 극복키 위해 독자적으로 휴대인터넷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윤창번 하나로텔레콤 사장의 발언도 공약이 돼버렸다.
경제계에서 투자이익을 좇는 외국계 자본으로 인한 국부 유출 논란이 거세다. 뉴브리지 캐피털은 제일은행 매각으로 1조1500억원을, 지난 99년 골드만삭스는 국민은행에 5억달러를 투자해 15억달러를 가져갔다.
하나로텔레콤에 11억달러를 투자한 외자가 차익을 위해 1170억원의 출연금 외에 7000억원이 더 들어갈 휴대인터넷을 포기하는 것은 수순이라는 말도 나온다.
통신사업자의 신규 사업은 정보기술(IT) 산업의 선순환을 이루는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하나로텔레콤의 휴대인터넷 사업 포기는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현행 법은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율을 49%까지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 정체된 유선으로 사업을 꾸려가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하나로텔레콤을 볼 때, 특히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한 정부의 ‘IT839’ 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국내 통신업계의 외국자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 wonhor@fnnews.com 허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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