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능력이 부족한 신기술 사업자나 일반 기업의 채무를 보증해주는 정부 출연기관인 기술신용보증기금이 자금 부족으로 이르면 오는 6월부터 부도를 피하기 어렵다는 자체 진단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기신보는 현재 각 지점에 대위변제(대출받은 기업을 대신해 기신보가 갚아주는 것)를 가급적 늦추거나 한도를 줄이도록 하는 방법으로 겨우 버티고 있으며 자금 수혈이 없다면 오는 7월부터는 기신보는 대위변제를 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럴 경우 기신보 보증으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10만여개의 중소·벤처업계는 물론 금융계가 큰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자금을 출연하거나 추경편성 이전이라도 한국은행이나 산업은행 등에서 자금을 차입해 출연하는 우회 출연을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23일 재정경제부와 감사원에 따르면 기신보는 최근 감사원에 제출한 ‘2005년 연간 자금수지 전망’ 보고서에서 지표상으로 이르면 오는 6월부터 여유자금이 575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유자금이란 수입과 지출금, 직원 월급과 세금 등 살림살이를 하는 데 드는 돈을 모두 합친 것을 말한다.
기신보는 또 정부와 금융기관 출연금 및 보증료 등 올해 연간 수입료가 1조1658억원으로 예상되는 반면 대위변제 등 지출은 1조6062억원에 이르러 4404억원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도 이월금액 등을 모두 합쳐도 기신보의 여유자금은 3594억원의 적자여서 ‘긴급 수혈’ 없이는 더 이상 생명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기신보는 각 지점에 신청된 대위변제 금액은 지급 기한을 철저히 지켜서 주도록 하는 등 대위변제한도 관리제를 시행하면서 대금 지급을 가급적 늦추고 있다.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대위변제 청구 금액은 4070억원이지만 실제 기신보가 갚아준 것은 3841억원으로 229억원가량의 대위변제 금액을 아직 주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신보 관계자는 “(대위변제 등을) 최대한 늦추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중소기업의 경영 상황이 어려워 오는 7월에는 여유 자금이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재경부,기획예산처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추경 편성은 국회의 통과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국회 심의를 하지 않아도 되는 금융기관 긴급 차입 등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재경부가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면 협의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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