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하이닉스반도체의 구조조정을 둘러싼 미국과의 통상분쟁에서 패배했다.
28일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는 하이닉스 D램 제품에 대한 미국의 상계관세 부과조치가 WTO 협정에 ‘위배’된다는 1심의 판정을 깨고 상계관세 부과가 ‘적법’했다고 판결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03년 과거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을 통한 은행의 하이닉스 지원을 정부 보조금으로 보고 상계관세를 부과, 한국과 미국은 적법성 여부를 놓고 분쟁을 벌여왔다.
◇하이닉스, ‘수출 영향력은 미미’=하이닉스는 “상징적 의미일뿐 현실적인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고 밝혔다. 이는 관세가 면제되는 하이닉스 미국 ‘유진공장’ 생산 물량으로 미국과 유럽지역을 일정부분 맡고 있는 데다 동남아시아 등을 통해 우회 수출을 시도, 실제 관세부과 대상 수출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44.71%의 상계관세를 부담하고서 어떻게 7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낼 수 있겠냐”며 “경영지표만 봐도 미국, 유럽의 상계관세 부과를 통한 장벽은 수출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향후 전망도 마찬가지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유진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 데다 올 연말 가동에 들어가는 대만 프로모스 공장과 내년 초 가동예정인 중국 우시 공장을 활용할 경우 상계관세는 더욱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진 공장과 중국, 대만은 상계관세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통상분쟁 패배에도 불구, 정상화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반도체 업계, 한국 ‘견제’ 강화=반도체업계에는 이번 판정이 ‘선례’가 돼 현재 진행 중인 유럽연합(EU)이나 일본과의 통상분쟁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지 우려하고 있다.
EU와의 분쟁은 지난 17일 내려진 WTO 분쟁조정 패널의 판정에서 한국이 부분 승소에 그쳐 양측의 상소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일본 정부도 지난해 8월 엘피다, 마이크론재팬의 요청으로 하이닉스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여부를 검토 중인 상황이어서 이번 WTO의 결정이 ‘자극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상당국은 일본이 예상을 깨고 전격적인 관세부과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mirror@fnnews.com 김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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