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최대성수기로 손꼽히는 여름시즌은 ‘핵폭탄급’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주말 집계를 끝낸 박스오피스에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배트맨 비긴스’ ‘사하라’ 등 할리우드 대작영화들이 상위권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브루스 윌리스의 ‘씬시티’, 톰 크루즈의 ‘우주전쟁’, 이완 맥그리거의 ‘아일랜드’ 등을 장전하고 있는 할리우드는 7월에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태세다.
7월에는 한국영화의 역공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월1일 김혜수 주연의 공포영화 ‘분홍신’을 시작으로 박중훈 주연의 퓨전사극 ‘천군’, 이영애 주연의 잔혹스릴러 ‘친절한 금자씨’ 등이 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 여기에 ‘마다가스카’ ‘로봇’ 등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겨냥한 ‘웰메이드’ 애니메이션 2편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 여름 극장가는 말 그대로 ‘총성없는 전쟁터’를 방불케하고 있다.
■S#1. 씬시티 VS 우주전쟁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범죄극 ‘씬시티’(30일 개봉)는 일반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는 다른 모양새를 갖춘 변종 영화다. 제작비 1억달러를 훌쩍 넘기는 여타 영화들과 달리 불과 4500만달러로 완성된 ‘씬시티’는 강렬한 영상과 독특한 색채, 기발한 만화적 상상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자극한다. 원작자 겸 공동연출자인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의 대가 프랭크 밀러를 비롯해 로버트 로드리게즈, 쿠엔틴 타란티노 등 3명의 ‘악동’이 의기투합했다. 지난 4월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 대박 수준은 아니어도 개봉 첫주 2910만달러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개봉 2주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가 합작한 ‘우주전쟁’은 1주일 뒤인 7월7일 국내 개봉된다(미국개봉은 7월1일). 스티븐 스필버그나 톰 크루즈의 스타 파워가 여전히 유효한 카드라는 점에서, 또 두 사람이 지난 2002년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후 3년만에 내놓는 야심작이라는 점에서 ‘우주전쟁’의 흥행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다. 공상과학소설의 명작으로 통하는 H G 웰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번 영화에는 다리가 셋 달린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침공한다는 설정이 담겨 있어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어낼 비주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영화에는 톰 크루즈 외에도 ‘아이 엠 샘’의 아역스타 타코다 패닝, ‘쇼쌩크 탈출’의 팀 로빈스 등이 출연한다.
■S#2. 천군 VS 친절한 금자씨
올 여름 개봉하는 한국영화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은 ‘분홍신’ ‘목소리’ ‘가발’ 등 3∼4편의 공포영화를 제외하면 박중훈 주연의 코미디 영화 ‘천군’(7월15일 개봉)과 박찬욱 감독의 야심작 ‘친절한 금자씨’(7월29일 개봉)로 압축된다. 85억원의 거대제작비가 투입된 ‘천군’은 남북한 군인들과 핵물리학자가 우연히 과거로 돌아가 젊은 시절의 이순신 장군을 만난다는 유쾌한 설정을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 ‘빽 투 더 퓨쳐’ 식의 시간이동극이 주는 재미와 퓨전사극의 묘미를 적절히 배합해 서점가와 방송가를 강타하고 있는 ‘이순신 신드롬’의 여세를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다.
‘친절한 금자씨’는 ‘올드보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과 이영애가 ‘봄날은 간다’ 이후 4년만에 출연하는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는 올 여름 최고 기대작이다. ‘13년동안 감옥에 수감됐던 여인이 출소 후 복수를 감행한다’는 한줄짜리 컨셉트에서 시작된 ‘친절한 금자씨’는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 이은 박감독의 ‘복수 3부작’ 완결판으로 지난해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 직후 제작에 착수했다. 단아한 이미지를 줄곧 보여줬던 이영애의 연기 변신과 박찬욱 감독 특유의 영화적 스타일에 대한 궁금증도 이번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이고 있다. ‘올드보이’의 최민식이 친절한 금자씨의 복수 대상인 백선생으로 얼굴을 내민다.
■S#3. 마다가스카 VS 로봇
‘슈렉’을 만들었던 드림웍스사의 ‘마다가스카’(7월14일 개봉)와 ‘아이스 에이지’를 만들었던 20세기폭스사의 ‘로봇’(7월28일 개봉)이 펼치는 애니메이션 대결도 흥미거리다. ‘마다가스카’는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태어나 정글 구경 한번 못해본 뉴욕 토박이 동물들의 모험담을 재미있게 엮은 3D 애니메이션. ‘미츠 페어런츠’의 벤 스틸러, ‘닥터 두리틀’의 크리스 록, ‘프렌즈’의 데이비드 쉬머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아 주인공 동물들의 캐릭터를 입체화했다. ‘혹성탈출’ ‘플래툰’ ‘캐스트 어웨이’ ‘아메리칸 뷰티’ 등 유명 영화의 명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한 패러디 장면이 특히 볼만하다는 평가다.
크리스 웨지 감독 등 ‘아이스 에이지’의 성공 주역들이 다시 뭉쳐 만든 ‘로봇’은 미래의 로봇들이 펼치는 모험담을 코믹하게 그린 3D 공상과학 애니메이션. 서로 유사한 디자인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개성 넘치는 로봇의 모양과 세밀하게 묘사된 로봇 도시 구석구석을 구경하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스타워즈3’의 이완 맥그리거를 비롯해 ‘캣우먼’의 할리 베리, ‘바이센테니얼 맨’의 로빈 윌리엄스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아 인간을 닮은 각종 로봇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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