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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로시마 도조골프&리조트]그린에 그 아픔을 묻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7.06 13:29

수정 2014.11.07 16:56



“나는 히로시마에서 모든 것을 보았어요.”

“당신은 히로시마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요.”

베르그송 감독의 영화 ‘히로시마 내사랑’에서 남여 주인공이 나눈 대화의 일부분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인 느베르에서 애인이었던 독일군 병사를 잃고 자신마저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었던 여주인공은 ‘평화’라는 제목의 영화 촬영차 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는 히로시마에 도착해 자신의 상처와 그곳의 아픔을 대비시키면서 전자의 말을 한다. 이에 건축가인 일본인 남자 주인공은 인간의 의식은 공간성의 간극(間隙)이 있기 때문에 히로시마의 상흔과 느베르에서의 아픔을 동일시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메시지가 담긴 후자의 말로 화답한다. 그래서 여주인공은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히로시마는 바로 당신이었다”는 말을 남자 주인공에게 남기고 히로시마를 떠난다.

1945년 8월 6일 인류 최초로 원자 폭탄이 투척돼 약 20여만명의 희생자를 내고 도시는 완전히 초토화 되었던 히로시마(廣島)는 혼슈(本州)의 서부인 주고쿠(中國) 지방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세토내해의 150여개의 섬들을 포함하고 있다.
현도인 히로시마시는 1589년 메이지(明治) 시대까지 성읍으로 번성하다가 청일 전쟁 이후부터 군사도시로 번성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 공격을 받은 것도 바로 그러한 지정학적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히로시마는 전후에 전쟁이 남기고 간 쓰라린 상흔을 전세계에 전하는 평화 문화도시로 탈바꿈해 현재는 평화의 상징으로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히로시마 관광의 백미는 평화 기념공원이다. 이 공원내에는 전쟁기념관, 원폭위령탑, 히로시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원폭돔 등이 있는데 특히 원폭돔은 전쟁의 무거운 죄업, 평화의 고귀함을 후세에 널리 전하기 위해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미야기현의 ‘마츠시마’, 쿄토부의 ‘아마노하시다테’ 등과 함께 일본 3경으로 꼽히고 있는 미야지마(宮島)도 히로시마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미야지마는 히로시마현의 남서부에 위치한 미야지마죠에 있는 ‘이츠쿠 시마’의 통칭으로 산과 바다의 조화가 연출해내는 비경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섬 전체는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히로시마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관광 명소로는 이쓰쿠시마 신사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예를 찾아 볼 수 없는 바다 위에 세워진 이 신사는 장엄하고 화려한 침전건축의 상징물로서 이 또한 1996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 되었다.

마지막으로 다이샤쿠 협곡에 있는 ‘온바시 다리’도 들러볼만한 곳이다. 이 다리는 스위스의 프레히슈, 미국의 록 브릿지 등과 함께 세계 3대 천연교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봄부터 가을에 걸쳐 다이샤쿠 향토관에서 온바시 다리까지 관광마차가 운행되고 있는데 이 흔들리는 마차를 타고서 다이샤쿠 천혜의 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추천할 만한 관광 코스다.

히로시마는 또한 골퍼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골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히로시마 도죠(東城)골프&리조트코스로서 27홀(전장 1만265야드) 규모인 이 골프장은 양실과 화실을 갖춘 채 울창한 수목이 빙 둘러 싸고 있는 유럽풍 호텔이 코스내에 있어 이동으로 인한 불편함이 전혀 없다. 도죠코스, 히바코스, 타이샤쿠코스 등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를 자랑하는 세 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각 코스별 특징을 보면 먼저 도죠코스는 다른 두 개의 코스에 비해 거리가 긴데다가 워터 해저드와 도그렉홀을 요소요소에 배치함으로써 도전정신과 전략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코스이다. 타이샤쿠코스는 페어웨이가 좁고 러프지역이 깊기 때문에 자칫 볼을 많이 잃어 버릴 가능성이 큰 코스로서 무엇 보다도 티샷의 페어웨이 키핑이 공략의 관건이 된다. 마지막으로 히바코스는 페어웨이가 넓어 호쾌한 드라이버 쇼를 펼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오른쪽에 OB 존이 있는 4번홀과 그린 앞 벙커가 입을 딱 벌리고 있는 8번홀이 스코어업의 지름길이다.


이 골프장이 한국인 골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한국인을 위한 ‘배려’ 때문이다. 호텔 로비에 설치되어 있는 한국위성방송, 친목도모에 있어 최고의 파트너인 가라오케에 한국가요 배치, 한국인 직원 고용 등과 같은 것들이 바로 그 증거. 클럽하우스는 한꺼번에 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레스토랑과 컨벤션 룸을 갖춰 일본의 대표적 클럽 하우스로 각광 받고 있다.
부대시설로는 테니스 코트, 골프 연습장 등이 있다.

/ golf@fnnews.com 정대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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