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인사로 위기돌파…대기업 파격승진·문책 통해 분위기 쇄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7.13 13:30

수정 2014.11.07 16:34



국내외 경제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공격적 인사’를 통해 위기관리에 나서고 있다.

유가 급등·환율 불안 등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은 연구개발(R&D)·해외영업 등의 핵심 부서 임원을 ‘정기 인사’가 아닌 ‘수시 인사’를 통해 전진 배치시키고 있다.

기업들은 비상경영 체제에서 ‘깜짝 인사’를 통해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학계?연구소 등 외부에서 ‘긴급 수혈’까지 하는 등 공격적인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내수 침체 장기화와 환율 불안 등 대내외 경영 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문책 인사와 파격 승진이 교차하는 ‘신상필벌식 수시 인사’를 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연말연시 정기 인사가 아닌 ‘비 정기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실적이 부진한 부서의 경우 ‘조기 치유’를 통해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긴급 처방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유가가 80달러선을 웃돌고 원·달러 환율 하락이 심화되는 하반기에는 위기 경영의 강도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어서 수시 인사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실적 부진 등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인사를 단행하는 ‘상시 인사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있다. 세계 1∼2위 자동차업체인 GM·포드까지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인사’가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상시 인사시스템은 임원진에게 분발과 선의의 경쟁을 자극, 조직의 활력과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 4월 채양기 현대차 기획총괄부본부장을 본부장으로 발령했다. 또한 6월에는 연구개발총괄본부장인 김상권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하고 이현순 부사장은 사장, 박성현 전무와 김영우 전무는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한 검사장 출신의 김재기 변호사를 현대·기아차 총괄 법무실장(사장급)으로 영입하면서 법무팀을 강화했다.

연말연시 정기 인사를 원칙으로 삼는 삼성전자도 올 들어선 지난 5월 이건혁 재정경제부 자문관 겸 거시경제팀장을 기업홍보(IR) 담당 전무로 영입했으며 6월에는 앵커 출신인 이인용 문화방송 부국장을 홍보 담당 전무로 ‘외부 수혈’했다.

‘수시 인사’를 표방하고 있는 두산그룹은 기업 체질 개선을 위해 평균 1∼2개월 간격으로 인사작업을 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진로에서 영입한 한기선 부사장을 지난 3월 ㈜두산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한 5월에는 ㈜두산 관리 담당 상무인 김상인 상무를 두산메카텍 부사장(대표이사)으로 승진 발령냈다. 6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출신의 장경식 전무를 두산중공업으로 영입했으며 이달 들어선 ㈜두산 신중철 전무(기획 담당)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한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아남반도체도 연말연시 정기 인사를 해오다 지난 5월에는 삼성전자 출신의 오영환 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최고기술경영자(CTO)를 경영총괄 사장으로 영입했다.

이밖에 국내 건자재 업계도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불황 탈출을 위해 ‘깜짝’ 인사를 단행,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

레미콘·골재 전문기업인 ㈜삼표는 최근 한미파슨스 부회장을 역임한 노명일씨를 대표이사로 영입, 주원태 대표이사와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노대표는 삼성물산 상무와 삼성건설 부사장, 신공항 하이웨이 사장 등을 지낸 전문경영인이다.


유진그룹도 최근 서울지검 부장검사 출신 인사를 법률고문으로 위촉했다. 유진은 올 들어 케이블방송 등 사업 다각화를 추구하면서 법무팀 강화를 위해 외부인사를 영입했다.


이처럼 수시 인사가 확산되는데 대해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그동안 1년에 2회(연말연시) 정기인사가 기업의 대세였지만 이제는 비정기 인사가 산업계에 더 큰 축을 이루고 있다”며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공격적인 인사에 더욱 비중을 두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 pch7850@fnnews.com 박찬흥 조영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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