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CD사고 시스템 결함이 문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7.27 13:31

수정 2014.11.07 15:59



고객이 맡겨놓은 진본 양도성예금증서(CD)를 위조해 고객에게 넘기고 진본은 사채시장이나 일부 기업을 통해 현금화한 뒤 잠적해버린 사건이 시중 은행 두곳에서 동시에 터졌다. 빼돌린 CD의 액수가 850억원에 이르는 것도 놀랍지만 유사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는데도 이를 근본적으로 막지 못하는 금융권의 구조적인 결함이 여전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사고가 터지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CD는 은행이 예금을 근거로 무기명으로 발행하는 정기예금 증서다. 증서에 적혀 있는 금액만큼 은행이 예금으로 보관하고 이 증서를 들고 오는 사람에게 예금 잔액을 내주겠다는 일종의 약속 증서다. 최종 소지자에게 예금 소유권이 있는 만큼 유통시장에서의 매매도 가능하고 환금성이 뛰어난 것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도 무기명이라는게 금융 사고를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유혹적이다.

대부분의 은행에서는 CD 발행과 관리를 한 직원이 동시에 담당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위조 CD를 건네주고 진본은 얼마든지 빼돌릴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진본 CD에 익숙지 않은 예금자들이 위조 여부를 가려내기 어려운 점도 유사한 사고 발생의 배경이다.


상품 특성상 범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이처럼 높은데도 금융감독 당국이나 은행들이 이를 통제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지난 달만 해도 시중 은행의 한 지점에서 300억원 규모의 CD 도난 사건이 일어난 이후 금감원이 불건전 CD 거래 실태에 대해 전면 점검을 실시했지만 한달도 채 안된 시점에 유사한 CD 사고가 다시 발생한 것이다. 시중 은행들의 내부 통제 수준도 비판받을 만하다. 매년 수백억원의 금융 사고가 발생하는 데도 대부분 결제 만기일이 돼서야 파악하는 등 내부 감독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주요 증서의 경우 보관 및 발행 현황을 한 달 또는 매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내부 통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게 금융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고객의 돈을 다루는 은행원이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 있고 이를 통제하는 은행의 시스템과 금융감독 당국의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CD를 둘러싼 범죄 발생을 막을 길이 없다.
은행 자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CD 위조를 방지하고 감독을 강화하는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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