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영화채널 OCN이 실시한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음악 베스트 10’ 설문조사에서 최후의 월계관을 쓴 사람은 이탈리아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77·사진)다. 그는 누구나 멜로디를 기억하는 영화 ‘시네마 천국’의 ‘러브 테마’를 비롯해 ‘토토와 알프레도 테마’ ‘시네마 파라디소’ 등 3곡을 10위권에 진입시키면서 그 위력을 과시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내한공연을 펼친다. 오는 9월24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특설무대에서 펼쳐질 이번 공연은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벨기에 브뤼셀,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등 세계 주요 도시를 방문하는 순회공연의 일환으로 성사됐다. 100여명에 이르는 로마 신포니에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스웨덴 출신 소프라노 수산나 리가시, 피아니스트 길다 부타 등과 함께 내한하는 그는 직접 지휘봉까지 잡을 예정이다.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서 트럼펫과 작곡을 공부한 엔니오 모리코네가 영화음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60년대 초반. ‘마카로니 웨스턴’의 영웅으로 불리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 음악 작업에 참여하면서 그는 영화음악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전자기타를 응용한 소리에 특유의 휘파람 소리를 삽입한 이 음악은 이후 서부영화의 전형적인 음악 스타일로 자리를 잡았다.
‘황야의 무법자’ 이후 그가 지금까지 참여한 영화는 모두 360여편. 서부영화에서부터 B급 포르노영화까지 거의 모든 장르의 영화를 섭렵한 그는 이탈리아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를 스타덤에 올린 2000년작 ‘말레나’나 쿠엔틴 타란디노 감독의 최근작 ‘킬빌2’의 음악작업에 참여하는 등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영화 ‘미션’에 삽입된 ‘가브리엘의 오보에’처럼 클래식 풍의 작품을 많이 내놓았던 엔니오 모리코네는 바흐나 베토벤의 곡을 자신의 음악에 끌어들이는 등 클래식 전공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말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와 공동 작업한 음반 ‘요요마가 연주하는 엔니오 모리코네’(소니뮤직)는 이번 내한공연의 레퍼토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남가주대 영화학과 학생들이 선곡에 참여한 이 앨범에는 그의 대표작 ‘시네마 천국’을 비롯해 ‘미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피아니스트의 전설’ ‘러브 어페어’ ‘언터처블’ 등이 망라돼 있다. 연주도 이번에 그와 함께 한국을 찾는 로마 신포니에타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내한공연에 앞서 공연기획사측은 그의 대표작 5편을 상영하는 작은 영화제도 마련했다. 오는 29∼31일 서울 종로3가 서울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의 상영작은 현재 인터넷 상에서 실시하고 있는 네티즌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공연기획사 시온커뮤니케이션의 한 관계자는 “19일까지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이변이 없는 한 ‘시네마 천국’ ‘미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러브 어페어’ 등 4편의 영화는 상영작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5만∼35만원. (02)565-3055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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