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선선해지며 가을 문턱에 들어섰다. 산과 바다는 이제 시원한 바람과 붉게 물든 단풍으로 행락객을 유혹한다. 하지만 이런 즐거운 가을철 나들이길에 따라다니는 불청객이 있다. 가을철에 유행하는 3대 발열질환 ‘유행성 출혈열, 쓰쓰가무시병, 렙토스피라증’에 걸리게 되면 심한 경우 사망할 수도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유행성 출혈열
유행성 출혈열은 한탄바이러스(Hantaan virus), 서울바이러스(Seoul virus)에 의한 급성열성감염증으로 발열·출혈·신장병변이 특징이다. 1년 내내 발생하지만 주로 10월부터 환자발생이 증가해 11월에 정점을 보인 후 12월과 1월까지 환자발생이 지속된다.
들쥐의 소변이 건조되면서 그 안에 있던 바이러스가 공기중으로 떠다니다가 호흡기를 통하여 인체에 침입하여 감염을 일으키는 것. 들쥐뿐 아니라 도시의 시궁쥐, 실험실의 흰쥐도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쥐에 물려서 걸리기도 한다. 잠복기는 평균 2∼3주 정도다. 전염성이 없으므로 환자를 격리할 필요는 없으며, 감염 후에는 항체가 생겨 재감염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1951년 이후 매년 수백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치사율도 7% 정도로 높다. 과거에는 야전 생활을 자주하는 군인들이 주로 감염되었으나 최근에는 골프장 등지에서도 감염되고 있다. 농민, 군인 및 토목공사 종사자, 캠핑·낚시·사냥 등을 즐기는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 또 실험동물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으므로 실험실 종사자들도 조심해야 한다.
초기에는 감기처럼 시작되어 고열, 두통, 출혈, 복통을 호소한다. 전형적인 유행성출혈열의 경우에는 발열기, 저혈압기, 감뇨기, 이뇨기, 회복기의 5단계를 거치는데 회복까지는 약 1∼2개월이 소요된다.
특효약이 없으므로 발병하면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환자는 각종 장기에서 출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절대 안정이 필요하고, 쇼크나 신장기능 장애 등의 이유로 사망에 이르지 않도록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률은 15% 이상이고, 치료한 경우엔 5% 이하로 알려져 있다. 효과적인 예방법은 예방주사를 맞는 것인데 한국에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한타박스’가 있다.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은 한달 간격으로 백신을 2번 피하에 접종하면 약 1년간 면역효과가 있으며 1년 후에 재접종하면 한탄바이러스 및 서울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유지된다.
■쓰쓰가무시병
급성 열성 전염병으로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려 감염된다. 환자는 주로 10∼11월 사이에 많이 발생하며, 가을철 급성 열성질병의 30%를 차지한다. 주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 들에서 일을 하는 사람과 야외훈련을 하는 군인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백신은 아직 없다.
병원체에 감염된 좀진드기의 유충이 관목 숲이나 덤불숲에서 살다가 그 지역을 지나던 쥐 또는 사람의 피부에 붙어 체액을 빨아먹으면 걸리게 된다. 1∼2주의 잠복기가 지나면서 증세가 나타난다.
진드기 유충에 물린 자리는 붉은 구진(피부 위로 약간 돌출되어 올라오는 피부병변)이 생긴 뒤 작은 궤양이 발생하고, 이어서 검은색 딱지가 생긴다. 환자들은 이때 생긴 검은색 딱지를 종기가 난 것으로 잘못알고, 고약을 붙이거나 무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딱지는 진단에 중요하므로 유의하여 관찰해야 한다. 대부분 눈에 잘 띄지 않는 겨드랑이, 사타구니 근처 등에 잘 생긴다.
3∼5일 사이에 배나 가슴 등에서 피부발진이 발생한 후에 얼굴과 팔다리로 번지며, 이때부터 고열·오한·심한 두통·근육통 등이 나타난다. 갑자기 열이 나며, 사타구니 또는 겨드랑이의 임파선이 붓고 결막이 충혈되며 두통, 피로감, 근육통도 생긴다. 심하면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 경련이 나타난다.
예방을 위해서는 9∼11월에 논, 밭, 야산 등 수풀이 있는 지역에서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할 때 긴 옷을 입어 맨 살이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집 주위에 들쥐의 서식처인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야외활동 후 귀가시에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목욕을 하는 것이 좋다.
특이요법은 없으며, 항생제를 사용하면 36∼48시간내에 해열이 된다. 중증의 경우 치명률은 40%에 달하지만 조기에 치료하면 완쾌된다.
■렙토스피라증
렙토스피라증은 스피로헤타(spirochete)균에 의해 일어나는 급성 전신감염증으로 특히 9, 10월에 많이 발생한다. 감염된 동물(주로 쥐)의 오줌에 오염된 젖은 풀, 흙, 물 등과 점막이나 상처 난 피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환자를 격리할 필요는 없으며, 페니슐린·테트라싸이클린 등의 항생제로 치료한다. 예방접종백신이 있다.
감염후 보통 4∼19일(평균 10일)간의 잠복기를 거쳐서 발열, 두통, 오한, 근육통, 결막 충혈이 생긴다. 때때로 황달, 신부전증, 빈혈, 피부출혈이 나타난다.
체온이 39∼40℃ 정도로 증가하여 7일(2∼12일)정도 지속되기도 한다. 간 또는 신장에 이상이 있으면서 치료를 받지 않았을 경우 사망율이 15% 정도에 이른다. 초기증세가 감기몸살과 유사하므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치료시기를 놓치기 쉬우니 야외에서 작업한 후 10일 전후로 감기 몸살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없이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가축이나 개 등에는 예방접종 백신을 사용하면 발생이 감소되므로 예방효과가 있다. 쥐 등의 설치류가 감염원일 경우는 쥐를 잡으면 되지만, 야생동물이 감염원일 경우에는 예방이 어렵다. 농부, 하수도 종사자들은 흙이나 물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기 위하여 장화 등을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개, 돼지, 들쥐, 집쥐, 족제비, 여우 등으로부터 사람에게 전파된다. 또 감염된 동물의 소변으로 균이 배출되어 늪, 수도, 연못 등의 오염된 물에서 작업하는 사람의 미세한 피부상처를 통해 균이 옮겨져 전파되기도 한다.
<도움말=건국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이영주 박사, 대전선병원 호흡기내과 라동집 박사>
/ jinnie@fnnews.com 문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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